living note

웅덩이 하나만

반야화 2015. 3. 2. 12:26

 

웅덩이 하나만

 

간밤에 단비가 지나간 자리

아무렇게나 파인 웅덩이에 하늘이 놀고

구름이 놀고 바람은 하늘을 흔들며 논다

작은 것에 큰 것이 잠긴

화엄의 세계가 길 위에 있었네

 

하늘이 내 눈 아래도 있네

발을 담그어 승천해 선녀나 되어볼까

그러나 발을 담그면 하늘은 깨어지고

검은 웅덩이 하나 남아

화엄은 그만 사바의 꿈이 되고 말아고말아

 

내 가슴에 웅덩이 하나 만들어

 하늘을 담아내고 구름을 담아내고

가장자리엔 바람이 물어온 씨앗을 심자

 숲이 되고 꽃이 피고 비라도 오면

맑은 샘 되게 하여 새들 목 축이고

나그네도 쉬어가니

 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허허로이 두지 말고

 이만큼 살았으면 가슴 한켠

작은 웅덩이 하나 만들면

그것 하나만으로도 이 얼마나 넉넉한가

가진 것 다 내어주고

잔잔한 수면 하나만 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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