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지에서 음지로.....
감사한 마음으로 글을 쓴다. 어느덧 한 해의 마자막 산행을 하고 보니 일 년 동안 내가 좋아하는 것을 무사히 마쳤다는 생각에 산신령님께, 또한 나 스스로에게 감사한 생각이 든다. 때로는 한 번 들어선 산길에서 위함 한 구간을 만나도 우회할 수 없는, 넘지 않으면 안 되는 고비를 만나기도 하지만 그럴 때면 살아온 삶이란 것도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인생 1막을 끝내고 나니 숫한 고비와 역경을 만나도 피할 수 없으니 다 넘어 넘어온 것 같다. 그리고 이제는 피안의 언덕 같은, 어쩌면 무의도 식자 같은 그런 생활이지만 다 지나온 언덕 베기에서 어떤 것을 행복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관조하는 일상을 살고 있다. 행복은 만족하는 데서 온다고 생각한다. 크기도 없고 무게도 없다. 오직 주관적으로만 판단할 수 있는 것이 행복의 척도다. 결론적으로 난 행복했다고 쓰고 싶다.
모든 꽃들은 양지에서 피길 좋아하지만 일 년 중 단 한 철 눈꽃은 음지에서 더욱 화려하게 핀다.남몰래 핀 눈꽃도 해가 뜨면 녹아내리지만 음지의 눈꽃은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활짝 핀 꽃송이를 달고 며칠씩 기다려주는 순수의 결정체다. 그 누군가가 바로 나였다. 나는 눈을 기다렸고 눈도 나를 기다렸는지 양지에는 없던 설화가 음지에는 새하얗게 남아서 탄성으로 좋아하는 환 히로 움을 보고 눈도 기다린 보람을 느꼈을 것이다. 그리곤 이내 물의 본질로 돌아가는 길에서 잠깐 우리는 만났고 헤어짐과 동시에 조금씩 녹아내리는 눈물을 나는 보았다.
원정 산행이 취소되고 친구와 둘이서 모처럼 북한산에 갔다. 겨울에는 안전한 곳으로 가자며 계획했던 대남문 코스로 가서 대동문으로 내려오자고 했는데 어쩌다 보니 도랑 하나 잘 못 건너서 중훙사지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잡았는데 노적봉 앞에 가 있었다.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맞은편에 원효봉, 염처봉, 노적봉이 멋지게 보였고 거기서 오른쪽으로 백운대를 향해 가는데는 놀랍게도 양지쪽인 앞면에서는 볼 수 없었던 눈에 덮인 노적봉의 뒷면이 황홀 지경으로 멋있었다. 북한산에서 이렇게 멋진 설경은 처음이다. 어떤 때는 멀리서 눈 덮인 산을 보고 올라도 오르는 사이에 다 녹아지는데 오늘은 송년의 의식이라도 치르는 듯 음지쪽에는 눈꽃이 그대로 살아 있었다. 백운대 정상은 바람도 심하고 위태로울 것 같아서 위문까지만 가려는데 길에는 얼음이 켜켜이 얼어붙었고 바람이 휘몰아치는 매끈한 백운대는 눈꽃을 잡아둘 수 없었지만 맑은 날씨 탓에 빛을 받아서 눈처럼 눈부시고 하얗게 빛났다.
드디어 위문 앞에 섰는데 위문 속으로 들어오는 새하얀 나뭇가지가 문틀 액자 속에서 하늘거리더니 문턱에 올라서자마자 놀라울 정도로 아름다운 눈꽃이 곱게곱게 피어 있었다.뜻밖이었다.오르는 동안에도 바닥에는 눈이 있었지만 나무들은 맨몸으로 서 있었는데 위문 뒤 음지에는 완전 눈 세상이었고 너무 아름다워서 친구와 둘이는 마냥 좋아서 북한산 오기를 너무 잘했다며 좋아했다. 그리곤 지난가을 화려했던 단풍길로 내려가는데 뒤돌아보니 단풍 속에서 멋진 위용을 자랑하던 그 대단한 인수봉이 이번에는 새하얀 눈으로 멋진 설의를 지어 입은 듯 치장하고 있었다. 이 또한 처음 보는 풍경이다. 어떤 풍경도 내가 원하는 것을 그때마다 다 보여주지 않는다. 언제나 행운처럼 우연히 보게 된다.
한 해의 마지막 산행을 하면서 설경이 멋진 북한산을 보게 되어 너무 좋았다. 마지막은 시작을 예고한다. 시작하는 한 해도 행운 같은 풍경을 기대하면서 잘 살아온 365개의 칸을 다 채우고 숙제를 끝내듯이 홀가분한 마무리를 한다.
백운대와 만경대
대서문에서 바라본 백운대, 만경대, 노적봉, 인수봉과 노적봉은 닮았다.
눈이 녹다가 갑자기 얼음이 된 보석같이 빛나는 알갱이
위문 앞에서
염처봉,별이 3개나 붙은 위험한 코스
작게 보이는 원효봉과 염처봉
노적봉의 뒷면
노적봉과 의상능선
백운대
도봉산 자운봉 일대 클로즈업
인수봉의 뒷면
만경대, 백운대, 인수봉의 삼각산이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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