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복더위에 등산을 한다는 건 고행과도 같은 것입니다. 집을 나서기 전엔 고행을 자처한다는 생각이었지만 여름이 워낙 길기 때문에 이것저것 다 피하다 보면 세월은 저 먼치 달아나버리죠. 그래서 더위라고 피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산행인데 중간중간 시원한 폭포도 만나고 낙엽 잔해가 다 쓸려간 계곡은 명경같이 투명하고 맑아서 무력한 체력에 보는 것만으로도 더위를 식혀주었고 한 차례 소나기를 맞고 난 다음 계곡을 벗어날 즘에는 산등성이 빙수바람이 불어와 몸속 노폐물까지 다 짜내어 말려주는 고행자들의 헐떡이는 심신에 청량제가 되어주었죠.
장마 중에 잠시 빤한 틈을 타 산행을 한 시간 이용은 한여름이 아니고는 볼 수없는 풍경을 보여줍니다. 물을 가득 품고 있는 짙은 녹음과 숲향이 있고 계곡을 가득채우고도 넘치는 물은 폭포가 되어 떨어지고 그 맑은 계곡에 담그는 세족의 맛은 여름의 일품 놀이이자 즐거움입니다. 그런데 몸 속에 수분을 다 뽑아냈는지 물을 들어부어도 가시지 않는 갈증은 저녁밥 들어갈 공간까지 차지해버려 어제는 곡기를 넣지 않아 위장까지 세척이 되는 두루 좋은 날이었습니다. 오랜만에 로프를 잡아당기며 팔근육까지 최대한 이용했더니 아직도 팔은 뻐근합니다.
원경이 마치 바다같이 보이는 가장 잘 찍은 것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