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메아란, 피렌체 산티시마 안눈치아타 대성당에서 시에나 산 프란체스코 대성당까지, 순례자들이 걸어가는 역사적인 길이며 구도의 길 같은 것이다. 전체 거리가 80킬로 정도 된다기에 우리는 다 걸을 수 없으니 어떤 길인가 맛보기로 걸어보자며 버스를 타고 돌아올 수 있는 지점인 10킬로 지점에서 피렌체로 돌아오기로 하고 길을 나섰다.
버스로 20분정도 지나서 내린 곳이 타바르무제 마을 정류장이다. 마을을 지나 위쪽 방향으로 가서 리 로제라는 길로 들어섰다. 마을을 통과하고 언덕으로 오르면 마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약간 언덕길로 조금 걸어가니 수풀이 무성한 순레길 다운 좁다란 길을 걸어가는데 빗방울이 떨어졌지만 우산을 준비했기 때문에 걱정 없이 걸었다.
못 믿을 기상예보다. 분명 좋은 날씨였고 비 예보는 없었는데 점점 빗방울이 굵어지고 빗물이 튀어서 걷기 힘들어 3층정도 되어 보이는 어느 빌라, 한 뼘밖에 안돼 보이는 추녀 아래 비를 피하면서 멈추기를 기다렸지만 더욱 거세질 뿐 더 이상 걸을 수가 없었다. 일정이 끝나고 보니 그래도 3킬로 정도에서 돌아온 길이 왕복 7킬로 정도 걸은 기록이 나왔으니 하루를 헛되게 보낸 건 아닌 것 같다.
이 마을에 있는 정류소에서 하차, 언덕에서 보는 마을 풍경.
시에나로 가는 순례길
이 좋은 풍경 속으로 계속 걷고 싶었다.
이런 숲길이 이어진다.
요기 추녀 아래서 비를 피하고 있었다.
우리가 비를 피하고 있는 눈앞에는 저렇게 높은 담벼락이 있어서 저 뒤에 빈 교회가 있는 게 눈에 보이지 않았는데 혹시나 하고 가보니 지금은 공사 중인 빈 성당이 있어서 널찍한 현관 아래서 비가 잦아들 때까지 편하게 기다리다 다시 걸었다.
비가 발을 적실만큼 자꾸 젖어든다. 그래도 여기서 세 식구들은 마침 나한테 저장돼 있는 음악 Rhythm of the rain을 들으며 웃고 있었다. 다음곡으로 용제오닐과 유키구라모토의 아리랑 연주곡을 듣는데 하필 가사가, 십리도 못 가서 발병 난다는 대목이 연주되어서 또 웃었다.
난생처음 보는 소나기와 우박이 섞인 험한 비가 내리는 걸 바로 발 앞에서 봤다. 우박 알겡이가 손가락 한 마디만 한 게 떨어지고 천둥 번개까지, 귀를 막고 서 있었던 엄청난 폭우를 피했다.
계곡에 물이 무섭게 불어났다.
그래도 푸른 하늘 한 조각에 희망을 걸고 계속 걸었는데 풍경도 참 좋다.
이 구간은 차도 함께 달려서 불편한 구간이다.
돌아오는 길에서...
길가에 핀 꽃도 보고...
와인과 커피 빵도 파는 가게에 쉬면서 간식을 먹고 버스로 돌아왔다. 힘든 하루였지만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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