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티세이에서 오르는길, 강행군 중에는 가끔 쉬어가는 게 좋지만 이곳에선 일정이 빠듯하다. 내일은 사소롱고 둘레길을 트레킹 할 예정이어서 오늘은 가볍게 하자며 마실 가듯이 간 곳이 집 근처에서 푸니쿨라를 타고 산으로 갔다.
레시에사 트레일이라고 하는 곳은 검색에도 잘 나오지 않고 여행자들이 거의 찾지 않는 5킬로미터의 짧은 길이기도 하고 하루를 써버리기엔 유명세가 덜한, 시간이 아깝다고 할 그런 곳이다. 그러나 이곳에 올랐을 때는 이야기가 다르다. 산의 높이는 2200미터고 푸니쿨라를 타고 2163미터까지 올라간다. 올라갈 때는 재미있었으니 아찔했고 내려올 때는 간담이 서늘할 정도로 뚝 떨어지는 느낌이 들까 봐 발 밑을 보지 않고 멀리를 봤다. 그 높은 산을 단 8분이면 내려온다. 이렇게 오르내려서 길을 걸을 수 있으니 마실 간다고 해도 될만하다. 주로 이탈리아나 주변 사람들이 알고 찾는 곳이다.
둘레길 5킬로미터를 놀면서 천천히 걷고 산장에서 음식도 먹고 약 3시간을 놀았다. 15분에 한 대꼴로 다니는 푸니쿨라를 4시 45분에 타고 내려왔는데 가장 아쉬운 건 해 지는 시간이 저녁 9시가 넘는데 더 놀고 싶어도 탈 것들이 오후 5시면 모든 것이 멈춰버리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하산해야 하는 시간이다.
2000미터 이상을 올라갈 때는 어디서나 경량패딩을 가지고 다녀야 한다. 돌로미티를 오르고 싶다면 필수품으로 배낭에 넣고 다녀야 할 것들은 경량패딩, 우산 간식, 물이다. 이곳의 날씨는 비가 갑자기 내리다가 금방 그치기도 하지만 어떤 때는 소나기가 오기 때문에 늘 지니고 다니는 게 좋다. 다행히 우리가 산에 갈 때는 밤사이에 비가 오고 아침에 맑아지거나 집에 들어오고 나면 비가 와서 감사한 시간들이었다.
레시에사 트레일은 4개 정도의 길이 있다. 그중에 골라서 가면 되는데 우리는 산봉우리를 한 바뀌 동그랗게 도는 5킬로 정도의 길을 걸었다. 푸니쿨라에서 내려서면 바로 보이는 사소 롱고의 멋진 위용과 산군들이 보이고 길이 끝날 무렵이 되면 세체다까지 잘 보인다. 멀리 오스트리아까지 보이는 전망이 너무 좋은 곳이다. 아름다운 풍경을 조망하면서 트레킹을 이어가다 보면 자그마한 교회가 언덕에 보인다. 그 또한 풍경인데 그곳에 이르러 교회 안을 들여다보고 다시 정상으로 오르면 십자가가 아스라이 보이는데 그곳으로 올라 나무십자가를 보면 이제까지 본 것 중에 가장 처참해 보이는 예수의 조각을 볼 수 있다. 아마도 십자가에서 내리기 직전 모습이 아닐까 생각되었다. 슬픈 나무십자가를 지나 앞으로 걸어야 할 길 역시 길은 좁다랗고 드넓은 초원이 있는 고원지대여서 아름다운 풍경을 보며 걷는 트레킹이 너무 좋았다.
돌로미티에 오르는 구간마다 바람이 거센 곳이 있고 막히는 곳도 있어 하루에 사계절을 맛본다. 햇살이 따갑기도 하고 그늘에는 서늘하고 바람이 불면 춥기도 하다. 이곳 사람들은 추위에 적응이 되었는지 우리가 패딩을 입을 때도 민소매차림으로 다닌다. 참 건강한 사람들이다. 내일을 위하여 오늘은 가볍게 끝낸다.
푸니쿨라 타는 곳.
푸니쿨라 레일
산장음식이지만 산 아래와 가격차이가 없고 맛이 좋았다.
나무조각으로 된 독수리
나무십자가,
가장 바람이 거센 산정상에 세워진 청동도 아닌 나무여서 견디기 힘들어 보이는 모습이다.
이번 여행에서 참 많은 성당과 십자가, 예수상을 봤다. 난 신자가 아니지만 이 십자가만큼 마음을 움직인 적이 없는 것 같다.
종교를 떠나 인간적인 예수를 생각하면 어떻게 저런 형벌이 있었을까도 싶고 매도 모르고 맞는 게 좋다고 하는데 어떤 형벌을 받을건지 알고 받는 건 어떤 마음이었을까 생각하니 나조차 눈물이 날 정도였다. 저런 모습으로 자신을 희생한 예수를 생각하면 숙연해지고 마음이 아팠다. 잠시 그의 고뇌와 고통을 느껴보는 시간이 되었고 성모의 피에타도 참 많이 봤는데 그 장면도 괴로움이 느껴지는 마음으로 봤다.
교회정면
교회내부가 귀여울 정도로 아담하고 작다.
이쁘고 작은 교회가 보인다.
올라가면서 계속 성지순례 같은 길이 이어진다.
사소롱고
흡사 제주도 우도 같은데 분화구인지는 모르겠군.
월귤나무꽃도 피었다.
세체다도 보이고...
알펜로즈가 꽃망울을 맺었네.
우리나라 철쭉 같은 꽃인데 만나서 반가운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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