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돌로미티 세체다

반야화 2023. 6. 16. 05:20

나는 이렇게 세체다와 만났다.
대자연 속에는 다 영혼이 있다고 늘 생각하는 바인데 세체다 거대한 암봉 앞에 섰을 때, 암봉 앞 푸르른 평원의 꽃을 봤을 때, 피어나는 꽃들이, 생명체의 모든 것들이 세상을 향한 존재의 외침 같았다. "나는 건재하다"라고.

스스로 녹이지 못했던 눈들을 걷어내 준 태양을 향한 감사함을 세체다의 영혼은 꽃이 되어 고마움을  드러내며 웃어주는 게 아닐까, 풀꽃 하나하나가 다 세체다 평원의 정령들 같다. 인내 후에  맛보는 따뜻한 기운을, 그 위대한 신비를 세체다는 영혼을 활짝 열어 "내 가슴에 그대도 안겨라"라고  찾아주는 인간을 향해서도 긴 겨울은 외로웠노라고  화답을 하는 것 같았다.

이탈리아 돌로미티의 서쪽마을인 발 가르디나 지역의 첫번째 마을인 오르티세이에 자리를 잡은 건 오직 알페 디 시우시와 세체다를 오르기 쉬워서다. 그런데 알고 보니 세체다로 올라가는 구간이 폐쇄되어  일부가 케이블카 운행이 중지되어 다른 마을인 산 크리스티나까지 버스를 20분 타고 도제 정유소에 내려서 조금 떨어진 위쪽 정류장에서 봉고차 같은 작은 차를 무료 버스카드로 타고 콜라이저 케이블카 타는 곳에 내렸다. 무료버스카드는 숙소예약에 포함된 것이고 돌로미티에서 언제든 이용가능해서 편리하게 버스를 탈 수 있었다.

케이블카에서 내려 밖으로 나오자 더 이상 오를 필요도 없을 만큼 360도 파노라마가  잘 보여서 너무 좋았다. 그러나 오래 머물지 못하고 이어서 20분 정도 약간 왼쪽 아래 방향으로 걸으면 페르 메다 리프트 타는 곳이 나온다. 해발 고도 2518m를 올라서면 넓은 초원의 높은 끝자리에 드디어 보이는 세체다의 메인인 거대한 봉우리가 부서져가는 지층 위에 위태롭게 서 있다. 그 밑으로는 이미 부서져 내린 세체다 몸의 부스러기들이 눈처럼 하얗게 흘러내려 있다. 앞으로 점점 작아져 끝내는 자갈로, 모래로 영혼마저 사라질 것 같았다. 멋지다는 말보다 얼마나 오래 버틸까 그 생각이 먼저 들었다. 세체다 봉우리가 올라앉은 지층이 자세히 보이고 층층이 노출되어 있어 세월이 헤아려지는 모습을 본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영원하지 않다는 '제행무상'을 실감하는 시간이 되었다.

세체다의 몸체가 속속들이 보이는 한 장면의 지층구조다.

너무 위대해 보여서 사진을 버리지 못하고 각도마다 조금씩 다른 모습까지 다 살려두고 싶다.

세체다를 내려와 평원의 산장에서 칵테일 한잔으로 멋진 풍경을 조망하며 피로를 달래고 있는 이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이번 여행에서 가장 잊을 수 없는 장면이다.

산장에서 풍경을 즐기는 사람들,
이 속에 우리 가족,나와 딸 내외도 함께 있는 그림 같은 한 장면을 만들어 고이 간직할 너무 행복한  여행이다.

동물도 행복해 보이는 평원의 우리에서 풀은 뜯는 라마.

큰 개도 올라와 풍경에 빠진 듯.

세 체다평원의 꽃밭.

이 좋은 곳에서 어찌 멋을 부리지 않을 수 있겠나.

패딩은 필수다. 꼭대기에 서면 준비가 부실한 사람들이 추워서 떨고, 일부는 바로 내려가는 이들도 있다.

드넓은 푸른 초원에서 누구나  저러고 싶을거다.아가씨들의 천진난만한 포즈, 모두가 풀밭에  드러누워서 발을 하늘로 치켜들고 사진을 찍으며 웃고 떠드는 거도 이쁘게 보인다.

우회해서 왼쪽길로 가면 세체다
파노라마를 보는 재미가 있다.

세체다에 세워진 나무십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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