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다시보는 불곡산

반야화 2011. 7. 3. 16:21

창밖엔 하염없이 비가 내리고 있다. 장마가 시작되고 연일 비가 내리다가 하루 반짝 들어주는 날 그냥 있으면 곰팡이가 생길 것 같은 축축한 마음을 말리기 위해 틈새를 놓치지 않고 마을 산악회 번개모임으로 양주에 있는 불곡산으로 내달렸다. 땅에 있는 습기가 피어오르는 건지 스모그인지 날씨는 뿌옇고 텁텁했지만 우중에 그만하면 뜨겁지도 않고 산에 오르기에 무난한 날씨였고 막힘없는 도로를 질주하는 것도 밭에서 풍기는 거름냄새도 향기처럼 느껴지는 오랜만에 신나는 산행이다.

목적지에 도착해서 잠시 길 위에서 바라보는 산세는 꼭 북한산로에서 바라보는 이말산과 북한산의 형상과도 흡사했다. 잘 모르고 갈 때는 무조건 정도로 가야 하지만 워낙 꼼꼼하게 준비해 온 리더님의 덕분으로 샛길로 접어들었더니 전에 두 번이나 다녀갔던 그 불곡산이 아니었다. 내 기억엔 가을엔 단풍이 고왔고 봄에는 진달래가 많다는 정도의 느낌과 조금 위험한 임꺽정 봉만이 생각났는데 그때는 산하 고의 교감을 이룰 줄도 모르는 어설픈 때였나 싶다. 산도 한 폭의 동양화를 감상하듯 잘 살피고 나름대로의 형상을 만들면서 보면 모든 것에 다 이름이 있는 것 같다. 그걸 모르고 그냥 줄곧 오르기만 하다 보면 정작 중요한 걸 놓치고 만다. 오늘의 키 포인트는 악어바위를 보는 건데 일행 중에 한 분이 그만 앞서 가다가 악어바위 보는 걸 놓치고 만다.

단원 김홍도선생이 하신 말씀 중에는 "먼 산에는 나무가 없고, 먼 강에는 물결이 치지 않고, 먼 곳에 있는 사람에겐 눈이 없다"라고 그 기법을 말씀하셨듯이 산에서도 그런 감상법을 대입한다면 좀 더 그림을 대하듯 산의 원근을 즐길 수 있다. 멀리에 우뚝한 봉우리에 앉아 노는 사람들의 다채로운 옷들이 마치 꽃처럼 보이는 것이 바로 디테일이 없는 감상법이 아닐까? 오늘 나는 불곡산을 새롭게 본다. 악어바위. 복주머니바위. 공깃돌 바위를 지나는 코스는 위험하면서 스릴도 있었고 아기자기한 봉우리도 참 많았고 구조물이 잘 설치되어 있어서 누구나 오를 수 있도록 배려한 양주시의 노력으로 더욱 명성을 날릴 것 같았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임꺾정 바위를 타지 않고 돌아온 것이지만 굳이 모험을 할 필요가 없어도 충분히 좋은 산행이었다.

 

 

 

 

 

 악어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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