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산성역에서 하차 남문에서 동문 방향으로 접어들어 장경사 오른쪽으로 올라간다.
해마다 벚꽃이 가장 좋을 때 비가 내려서 비를 원망하게 하더니 올해는 자연스럽게 꽃잎이 질 때까지 비가 내리지 않아서 오래도록 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땅이 메말라서 먼지가 풀석이는 게 한편으론 불편하고 가문 것 같아서 비를 기다리게 한다.
산성의 본성은 계절마다 가봤고 기록도 많이 남겼는데 외성은 멀리서 보기만 할 뿐 다 걸어보지 못했다. 외성은 일부러 가지 않으면 본성과 함께 걷기엔 무리가 있고 불편해서다. 본성이 둥글게 이어져 있는데 외성은 봉암성의 동남쪽으로 꼬리처럼 되어 있다. 외성은 병자호란 이후 벌봉 쪽을 청나라에 빼앗겨 행궁이 훤하게 내려다보이는 벌봉에서 신식무기인 홍이포를 쏴서 행궁 앞까지 포탄이 떨어지고 결국에는 패전을 면치못하자 본성 보강 차원에서 외성을 쌓은 것이다. 언젠가는 고증을 거쳐서 복원이 되겠지만 지금은 비만 한 번 내려도 허물어질 것 같은 모습이다. 성체는 아직도 견고한데 여장이 허물어져 가고 있으니 당시의 대단한 축조 기술로 보인다.
서울을 보면 자연 돌은 아니고 전돌로 구워서 흙을 채워 쌓은 것 같은데 몇 백 년을 견디어 준 것도 대단한 역사의 흔적이다. 성을 쌓은 사람들은 흙이 되어도 에성은 그분들의 몇 생을 살아내고 있는 허허로운 성에 이끼가 끼고 이끼에선 한 맺힌 선조들의 혼령처럼 고운 꽃이 피었다. 복원되기 전에 봐 두는 것이 시대와 당시의 정취, 아픔 같은 걸 느낄 수 있기 때문에 꼭 걸어보고 느끼고 싶었다.
봄이 되고 꽃이 피어 아름답고 멋진 성에 후대는 꽃구경을 가고 있지만 선대의 노고는 말할 수 없이 고달팠을 것이 떠올라서 한 번쯤 역사를 되돌아보는 것도 우리가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