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명품의 품목 중에는 가을 하늘이 들어 있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명품 하늘은 자취를 감추고 잿빛 하늘이 명품을 가린 채 천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품목이 되고 말았다. 수년을 그 다운 가을 하늘을 못 보다가 올해는 웬일인지 마치 너무 귀해서 깊이 묻어둔 채 잊고 살다가 꺼내놓은 것처럼 연일 명품 가을 하늘을 펼쳐놓고 보여주어서 흘러가는 시간이 아깝다.
날 좋은 시간이 아까워서 가까운 동산을 매일 걷다 보니 발에 탈이 났는데 쉴틈을 주지 않을 정도로 나를 밖으로 끌어내고 있는 가을이다. 단풍은 멀리 명산을 찾아야 하기 때문에 올해는 단풍산행은 포기상태다. 그러다 보니 동네산을 산책 삼아 오르다가 조금 더 나간 곳이 지하철을 타고 가야 되는 아차산까지 갔다.
아차산은 서울 광진구와 구리시에 걸쳐 있는 삼국시대 고구려와 백제의 격전지였고 남하하는 고구려를 막으려는 백제의 역사와 한강을 사이에 두고 서로 지키고 뺏으려던 고구려의 유적지다. 20년 전에도 유적을 발굴하더니 아직도 끝나지 않고 여전히 발굴과 복원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아차산 정상부에는 여러 보루 중에 복원이 끝난 4보루가 있는데 그곳에 서면 한강 줄기와 서울시가 다 보여서 다른 나라에서 한국을 찾은 여행객이 된 듯 주변 풍경에 압도되어서 해외여행객이 된 듯이 한강에 빠질 듯이 솟아 있는 서울구경을 했다. 산은 야트막하지만 시야가 가려지지 않아 조망이 너무 좋다. 아차산과 용마산은 산에서 볼 때 긴고랑이란 계곡을 중심으로 오른쪽은 용마산 왼쪽은 아차산으로 나누어져 있다. 그래서 두 산을 동시에 오를 수 있다. 두 산을 다 오르내려도 5시간이면 충분하다. 요즘은 사람들이 멀리 가지 못해서 인지 마을 주변 산들의 길이 변했다 분명 흙길인데 얼마나 밟았는지 반질반질하고 콘크리트처럼 단단해져서 박혀 있는 돌들은 약간 청색 같은 모양으로 반짝인다. 그래도 산이 있는 마을은 숨 쉴 곳도 있으니 주민들에겐 고마운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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