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사계

김영갑 갤러리

반야화 2013. 12. 30. 22:18

아침부터 비가 부슬부슬 내린다. 비 오는 날에 감상하기 좋은 곳을 찾다가 제주를 작품 속에 정갈하게 담아놓은 김영갑 갤러리를 찾아가기로 했다. 제주사람도 아니면서 제주에 반해 정착하고 마지막까지 생은 버리고 혼만 고스란히 남겨놓은 곳이다. 그런데 너무 멀어서 찾아가기가 쉽지 않은 곳이다.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표선행을 타고 표선면사무소 앞에서 다시 읍면 순환버스 900번으로 환승해서도 한참을 가야 한다. 그런데 제주 읍면들은 하차 지점이 정확하지 않아서 전에도 혼 난 적이 있는데,삼달1리에서 하차를 해야 하는데 삼달1리라고 쓰여있는 같은 정류소가 몇개나 있다. 왜 그렇게 해 놓았는지 숫자를 다르게 1-1 이런 식으로 하던지 처음 가는 사람은 어디서 내려야 하는지 헛갈리기 쉽상이다. 이날도 할머니들이 알려주지 않았으면 아마도 첫 번째 나오는 삼달1리에 내려서 고생했을 것이다.

 

한라산 중산간 지역에 위치한 갤러리는 폐교를 임대해서 만들었고 한라산의 옛 이름인 `두모악 갤러리다 1 왜 이렇게 깊은 곳에 있느냐고 했더니 그곳에서 정착했고 그곳에서 숨을 거두었다고 한다.

 

교실이 한 서너 칸 정도 되고 아담한 운동장이 있는데 운동장을 아기자기한 돌담들과 잘 어우러진 정원을 꾸며 놓았고 들어서면 담장 위에 동백꽃이 떨어져 혈흔처럼 보이고 담장 밑에는 이름 모를 풀꽃들이 봄 인양 피어 있고 새들도 겨울이 온 줄을 모르는 듯 지저귀고 있었다. 그의 작품을 보면 같은 장소에서 다른 모습을 찍은 것이 많은데 시시 때때로 변하는 과정을 담기 위해 그는 오랫동안 한 곳에 머물러 있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하늘에서 내리는 모든 것을 다 작품 속에 담아내고 있다. 바람은 마치 파스텔 크레용의 번짐 같은 보리싹의 물결처럼 아름답고 눈, 비바람, 구름. 이 모두가 사진 속에 그대로 담겨 있다. 우리들은 그냥 지나칠 수 있는 그런 곳이 그의 손에서 다 훌륭한 작품이 되어 있는 걸 보고 나서 돌아오는 길에 모든 풍경을 새롭게 보려는 노력을 하게 되었다.

 

창을 통한 풍경

 

 

 

 

작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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