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벚꽃이 약 일주일 정도 일찍 피었다. 3년 전에는 4월 11일에 갔는데도 벚꽃이 한창이어서 그때 생각만 하고 갔더니 늦었다. 하얀 꽃 이파리들은 눈처럼 낱낱이 떨어져 날리고 빨간 꼭지만 남았는데도 꽃 진 자리조차 너무 아름답다. 이 길을 지나면 김유신 장군묘까지 꽃길이 이어진다. 고목이어서 꽃길 터널이 되었고 이 길 따라 혼자서 느긋이 걸으면서 김유신 장군묘를 거쳐 뒤편에 있는 옥녀봉까지 걸었다. 전날에 비가 많이 왔는지 촉촉한 길은 좋은데 미세먼지가 하늘을 뒤덮어서 너무 속상하다. 이 좋은 계절을 이렇게 망쳐놓다니, 원망하는 마음이 가득한 채 산으로 올랐더니 눈가루처럼 꽃잎이 밟인다. 정상에 서도 풍경이 좋지 않아서 바로 내려와서 안강에 있는 양동마을로 갔다.
김유신 장군묘 가는 길
아래로는 유네스코에 등재된 경주 양동마을
안강 가는 시내버스를 타고 마을 입구에 내리면 철길 따라 진입로가 있다. 경주는 나뭇잎이 어느새 연녹색으로 봄을 그리고 있다. 월성 손 씨와 여강 이씨 두 가문이 약 500년간 대를 이어서 현재까지 살고 있는 전통마을이다. 가장 높은 곳에 종택이 있는데 기와집은 종택이고 초가집은 아랫대들로 형성되어 있어 쉽게 구분이 되도록 구성되어 있다. 마을이 생각보다 넓었고 교통이 불편해서 현재도 생활이 편하게 보이진 않았지만 터는 참 좋아 보였다 작은 고을 하나에 네 개의 골짜기에서 물이 충분히 흘러내리고 양지발라서 농사짓고 살기에 좋은 조건이 있어 보였다. 그런데 마을이 경사진 곳이어서 옛날에 눈비가 오면 어떻게 다녔을까 싶었다. 양반들은 불편도 모르고 어려운 건 아랫것들이 다 처리했을 테니.........
높은 곳에서 보면 어미 개가 새끼들에게 젖을 먹이는 형국이어서 풍수적으로 좋은 곳이라고 한다. 아기자기한 마을에 봄이 찾아와 꽃을 피워두니 마을이 그림같이 아름답게 보였다.
한자, 물자 형태의 네 골짜기들이 흘러내리고 있는데 풍수적으로 물(勿) 자는 깨끗하다는 뜻이며
양동의 종택은 능선의 가장 위쪽에 자리하고 있다.
향단, 보물 제412호
종택이 아래를 굽어보며 호령하는 듯이 보이기도 하고, 포근히 감싸 안은 듯도 하다.
서백당, 이곳은 월성 손 씨의 대종가다. 이 마을의 입향조가 된 양민공 손소(1433~1529)가 세조 5년에 지은
집이며 양민공의 아들 손중돈(1463~1529) 선생과 외손인 이언적(1491년~1553) 선생이 태어난 곳이기도 하다.
500년 이상 된 이 마을과 나이가 같은 향나무
분홍 명자나무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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