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천국이 잠시 내려앉은 거다. 그러나 마음까지 봄물이 들어야 천국에 내가 있는 줄을 안다. 이봄, 천국을 휘젓고 다니는 내 발길은 `나의 살던 고향`을 둘러보고 예천으로 가서 회룡포를 굽어본다.
낙동강 칠백리 여정이 만들어낸 그 시화의 한 폭에 내가 서 있다. 산이 물을 막아서면 물은 그 산을 비켜 맞서지 않고 하심으로 돌아서 흐른다.그게 물의 심성이다.나의살던 고향은 낙동강 상류였다. 쏘가리가 살고 은어가 뛰던 그 맑은 물에서 몸을 담그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러나 그 물 상류에서 늙지 못한 나는 어느새 생의 긴 여정에서 오염된 낙동강 물을 닮아져 있어 너무 슬프다.
태백에서 발원한 낙동강은 바다에 이르기까지 화가도 되고 기술자도 되고 때로는 그 속을 알 수 없는 심연의 신비주의가 된다.그 긴 여정을 유독 안동에서 가장 아름다운 그림을 그린다. 3개의 물돌이 마을을 그리고 대학자를 낳아 기르며 서원을 짓고 강가엔 정자를 만들어 유유자적 안빈낙도의 내 할아버지 퇴계선생의 길까지 만들어 선물하셨다. 그리고는 이 고을 저 고을을 휘돌면서 수많은 지류의 친구들을 불러 어깨동무하고 함께 흐르면서 들판을 살찌우고 댐을 만들어 피가 되고 살이 되어 주며 어버이 같은 역할이 끝나면 바다로 가 흔적을 남기지 않고 짜디짜게 녹는다.
회룡포에 가기 전에 먼저 낙동강 줄기가 만들어낸 임하댐을 돌면서 수몰지구에서 살려낸 700년 된 용계 은행나무 신목님께 인사 드리고 더 돌아 첩첩산중으로 들어가면 역시 수몰지구에서 이주한 지례 예술촌에서 쉬어간다. 임하댐 언덕에 자리 잡은 예술촌은 너무 한적하여 사람보다는 새들이 찾는 곳처럼 아름다우면서도 쓸쓸해 보였다. 그곳에서 바라본 임하댐은 용계마을을 삼키고 도연 폭포를 삼켜버린 그 심연에 고향 일부가 잠든 곳을 돌아봤다. 그리고 이튿날 회룡포로 가서 내성천의 솜씨에 푹 빠져버렸다.
내성천이 흘러드는데 비룡산이 막아서니 산을 뚫느니 내가 돈다라는 듯이 동그랗게 둘러처진 비룡산 줄기와 요산요스로 함께 그림이 되어 돈다. 버스를 타고 용궁면에 내려서니 회룡포가 8킬로미터의 거리다.대기하고 있는 택시를 타고 장안사에 내려 비룡대로 오르는데 223개의 계단 양편에 명시의 표지판이 죽 늘어서 있어 회룡포와 어우러진 시화집을 만들어 내고 있다. 혼자이기에 시를 읽으면서 힘들지 않게 비룡대에 도착하니 짜잔 하고 회룡포 전망대인 비룡 대가 나온다. 한눈에 다 들어오는 그 그림 속에는 물은 흐르는데 물결은 치지 않고 백사장만 아름답다.
실물이 너무 아름다우면 그림같다 하고, 그림이 너무 아름다우면 실물 같다고 하지 않던가! 그림이야, 이건 분명 낙동 화가의 그림이야 그 이상 내가 쓸 수 있는 말이 없다. 그 그림이 내 안으로 꽉 들어차 점심때를 놓쳐도 배가 부르니 이어 비룡산을 산책하고 하산해서 비룡마을로 들어선다. 외나무다리 같은 제1뿅뿅다리를 건너 마을 안으로 들어가서 제2 다리로 빠져나왔다. 하루에 영주로 가서 무섬마을까지 보고 싶었는데 교통이 불편해서 마음을 접고 집으로 돌아왔다. 한꺼번에 너무 취하면 비틀거리겠지. 다음에 다시 취해도 좋고 또다시 찬국이 내려오는 봄날에 취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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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룡대에 있는 제1전망대가 아스라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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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룡산 산책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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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룡포물이 빠져나가 살 찌운 용궁면 들판이 희미하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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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뿅뿅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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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룡포둘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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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봉뽀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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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룡대 전망대에 소나무가 걸린다.
나무 한 그루를 소중히 여기는 내 눈에도 아, 저건 좀 걸린다 그래서 한 발 내려서면
사진 찍기 위한 곳인 난간이 또 있었지만 조금 내려섰다고 사진이 끊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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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룡산 능선 파노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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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성 김 씨 집성촌인 회룡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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