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이다. 겨울이 둘러치고 있던 검은 장막에 금을 내고 봄으로 들어가는 길목을 열었다. 그러나 겨울의 끝자락이 더욱 발악하는 혹한을 붙들고 있어 언제나 이즘이 가장 춥다.
찬기운이 드세게 온기를 밀어내고 세상을 결빙 속으로 밀어 넣더니 곧 따스함이 차가움을 밀어내는 때가 도래했다. 따스함과 차가움, 두 힘의 원리가 대립하던 걸빙과 해빙의 싸움에서 해빙이 승리를 하는 따스함에 내 몸에도 기운을 얻는다.
입춘이 지나도 봄의 여신은 아직 멀리서 이제 신발을 신은 정도다. 첫 발도 떼기 전인 입춘의 절기에는 해마다 같은 말을 되뇌게 된다. "춘래불사춘" 봄이 왔지만 아직 봄이 아니다. 결빙 속에 움츠렸던 마음에도 얼음의 숨구멍이 토해 내던 쩡하는 소리 같은 것이 언 마을을 가르고 따뜻한 입김이 나온다.
혹독한 겨울에 무엇인들 얼지 않고 배겨내랴만 몸은 감쌀 수 있는데 마음은 벌거숭이처럼 세찬 바람 맞아도 무엇으로도 감쌀 수가 없다. 마음이 추울 때는 누군가의 따스한 마음이 보태어질 때만 녹을 수 있다.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따스함으로 언 마음을 녹일 수 있는 온기로 전해지고 싶은 날이다.
결빙의 시간이 지나면 해빙의 시간은 분명히 온다. 솜옷 한 꺼풀 벗고 나면 땅속에서 미물들의 생명이 언 땅 갈라지는 소리에 잠을 깨고 연약한 풀꽃뿌리도 자신이 얼어 죽지 않음에 감탄해서 실뿌리 한가닥을 쭉 뻗어볼 것이다.
결빙의 무늬와
해빙의 무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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