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꽃밭 9

식물의 감정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스스로 살기를 포기해 버리는 화초들, 이사를 가야 하는데 바로 들어가지 못하고 사정상 몇 개월 보관이사를 해야 했다. 가장 걱정되는 것이 정성껏 키우던 화초였다."어떻게 하지, 보관이사는 컨테이너에 짐을 실은 채로 보관을 해야 되는데" 화초를 보관 짐 속에 같이 넣을 수도 없고 누구한테 부탁하기에도 수량이 많고 물도 주어야 되고 살아가는 조건을 맞춰 줄 방법을 찾지 못해 고민 중이었다. 그렇게 고민하는 내 마음을 알았는지, 아니면 섭섭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이상하게 고민이 시작되는 날부터 병이 들더니 하나 둘 아예 잎들이 축 처지고 누렇게 변하고 심지어 잎이 떨어져 버린다. 그렇다고 평소보다 소홀한 적이 없었고 똑같은 조건이었는데 왜 저러지? 영양제도 주고 물, 빛, 공기 다 변함없..

나의 꽃밭 2024.11.21

새아침

2023.1월1일,새해 새아침, 늦잠에서 깨어난 내 안으로 가득 들어찬 새 아침의 빛이 나를 헹구어 낸 빛으로 내 주위를 가득 채운다. 여름빛이 백색이라면 겨울빛은 황금색이다. 싸늘한 공기에 한 줄기 빛이 간절할 때에 따스함을 주는 황금 줄기가 단단한 유리를 투과해 내게로 쏟아져 들어오고 이내 실내가 노랗게 변하는 겨울아침 빛이 너무 좋다. 나보다 일찍 깨어나 나보다 먼저 금빛을 먹고 있는 꽃들까지 반겨주는 맑고 투명한 아침처럼 새해, 새 아침을 새 마음 그릇을 가득 채우고 시작하는 2023년. 새색시 연지꽃은 꽃잎에 흠뻑 반한다.너무 추워서 연약한 바이올렛만 방 안으로 들였더니 좋은지 꽃으로 답한다. 다른 것들은 밤에 자기 전 서제문을 조금 열어서 따슨 온기를 나누어 주고 있는데 잘 견디고 있어 사랑스..

나의 꽃밭 2023.01.01

새로 단장한 꽃밭

아침이 되면 밤새 오무렸던 꽃잎이 햇빛을 받아들이며 꽃잎을 활짝열고 빛을 먹는 모습이 너무 이쁜데 그 모습을 바라보는 것으로 아침을 열고 나도 움추렸던 몸을 활짝 펴고 하루를 시작한다.그렇게 내 옆에서 함께 하루를 시작하고 함께 하루를 닫는다. 집에 있는 날은 하루의 대부분을 넓직한 거실에 잘 나가지 않고 볕 잘 들고 꽃밭과의 거리가 좁아 책을 읽다가도 눈만 돌리면 바로 꽃을 볼 수 있는 내 방에서 시간을 보낸다.일반적으로 거실에다가 화초를 키우고 있지만 우리집은 거실 창 아래 긴 티테이블을 놓아두고 숲을 보면서 차를 마시고 새들의 노래소리를 듣도록 내버려 두고 꽃은 내 서재에 붙어 있는 베란다에서 키운다.다른 가족은 꽃을 본체만체한다. 그래서 여행 갈 때 꽃을 굶길까봐 가장 걱정이 된다.이사를 하면서 ..

나의 꽃밭 2022.11.18

순수의 절정

예토 [穢土]란 부정한 것이 가득 찬 인간세상이란 뜻이다. 이 예토에서 때 묻지 않으려고 혼자가 되어 보니 정신적 빈곤을 느낀다. 쓸쓸해지기 쉬운 빈곤한 마음 한 구석을 채워주는 연하디 연한 이쁜 꽃이 가장 작으면서 가장 큰 공간으로 마음속에 들어차는 아침, 너무 여려서 가여운 어린 생명의 꽃에서 가난한 마음을 채운다. 이제는 혼자라는 것에 익숙해져야 하고 혼자서도 잘 놀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한 혼돈의 세상이 관계라는 이어짐을, 단절이라는 시간으로 세상을 정화하려고 노력하는 시간이다. 꽃을 가꾸고, 책을 보고, 음악을 들으면서 산책을 즐기는 일상이 얼마나 가치 있고 소중한지를 깨달아 가는 것도 지혜리라. 코로나 이전에는 매일 반복되는 일상은 허송의 시간이 줄 알았다. 그 하찮아하던 것들에서 큰 가치를 느..

나의 꽃밭 2020.09.23

필사의 꽃

누렇게 말라버린 잎을 떨구며 몸부림치던 꽃 한 그루가 살기 위한 필사의 꽃을 피웠다 꽃무리에서 퇴출당한 덴드롱이 여러날 물 한 모금 얻이먹지 못한 채 버려진 걸 알았나 햇빛이 찾아와 빛을 나눠주고,바람도 찾아와 어루만저 주더니 어느날 빨간 입술 내밀고 살아있다고 애원을 한다. 그 간절함에 물을 주었더니 한 잎도 없던 가지에서 무성한 잎을 달고 당당히 꽃무리 속으로 들어온 날 어울려 살던 꽃친구들도 다 좋아라고 윤기를 흘리는구나. 애썼다.미안하다.고맙다. 바로 뽑지 않은것은 네게서 희망을 봤기 때문이야.

나의 꽃밭 2020.08.27

내 화단에 다녀갔거나 건재한 화초들

아침에 눈을 뜨면 가장 먼저 꽃밭을 살피는 것이 일과의 시작이다. 아이들을 키울 때는 두 딸이 꽃이었는데 이젠 더 이상 돌보지 않아도 되는 딸꽃들은 화분을 박차고 더 넓은 공간으로 꽃을 피우러 나가고 나니 어디에다 정성을 쏟아야 할지 생각하다가 화초를 키우기 시작했다. 자고 나면 한 잎씩 피어나고 꽃을 피워주고 내 마음을 안다는 듯 이쁜 모습으로 정성에 보답해 주니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잎에는 윤기가 흐르고 꽃은 제 색깔을 가장 농후하게 머금은 채로 우리는 날마다 아름다운 교감을 나누고 있다. 난생처음으로 내손으로 씨앗을 뿌려 꽃까지 피워보니 농사꾼의 해마다 거두는 결실에 못지않은 기쁨이 있다. 뭔가를 키운다는 것은 잃어버린 시간인 줄 알았던 내 시간들이 고스란히 새싹과 꽃잎에 녹아있다는 걸 깨닫고 나니..

나의 꽃밭 2014.03.05

꽃밭일기

봄이 되니 꽃이라고 이름 지어진 것들은 다 꽃을 피운다. 잘나면 잘난 대로, 못나면 못난대로 겨루는 법 없이 있는 그대로를 드러낼 뿐이다. 오직 사람만이 그들을 평가한다. 꽃들도 자신을 아는지 워터 코인은 숨어서 꽃을 피운다. 꽃이 꽃답지 못하다고 느껴서일까? 그래도 봄인데 꽃은 피우고 싶었던지 잎은 그릇을 넘처나고 꽃은 잎을 헤치고 보면 다들 붉게 피어날 때 아무도 몰라보게 잎과 같은 색으로 조용히 피어나 향기도 만들지 못한다. 이것은 꽃이 피고 나면 초라해져서 뿌리만 남기고 잎을 제거하면 다시 이쁘게 잎들이 피어난다. 그것도 몇 년 키우다 보니 알게 되었네. 자신을 알고 분수에 넘처나지 않으면 오래도록 꽃 피우는 걸 사람도 배워야 한다.

나의 꽃밭 2011.05.12

화초의 겨울나기

유난히 춥다는 이 겨울을 추위를 피해 화초를 안으로 들여오니 나와 함께 호흡을 주고받으며 우리는 무언의 친구가 됐다. 화초는 내 손길에 숨쉬고 나는 화초의 숨결을 마신다. 벌써 몇 해 겨울을 우리는 안과 밖에서 함께 정을 들이며 내 곁을 떠나간 내 자식의 자리를 메워주고 있는 이쁜 것들 아침에는 아무리 추워도 커튼을 열고 맑고 영롱한 아침을 먹인다. 그러나 늘 양식이 부족해 허기진 모습이고 포만감을 주지 못해서 "기다려라, 기다리자" 봄이 너희들을 배불리 먹여줄 때까지. 그렇게 달래며 이 긴 겨울나기를 하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차별을 하는 실수를 저질러 그만 칼라코에를 늦게 들여 나서 추위에 얼마나 나를 원망했을까 싶어 사과를 했다. 너무 미안했다. 칼라코에 "너, 더 많이 사랑해줄게" 약속해. 칼랑코에

나의 꽃밭 2011.01.19

생명력

아침 뉴스 10년 만의 초강력 한파가 맹위를 떨치고 있습니다. 전국 대부분 지방에 한파특보가 내려진 가운데 서울은 영하 17도까지 떨어졌습니다. 이런 한파에 한 생명을 무시한 잘못을 뉘우칩니다. 칼랑코에는 원산지가 아프리카인데 어젯밤 칼바람에 얼마나 놀랐을까 생각하면 마음이 아픕니다. 어제 아침에 환기를 하고 잊어버리고 저녁때까지 베란다 문을 닫지 않았습니다. 초저녁에 나갔다가 깜짝 놀라서 문을 닫고 꽃은 본채만채 수도가 얼지 않았나 싶어 열어보니 다행히 물이 나오더군요. 그리고는 무심히 꽃에게 눈길도 안 주고 들어왔는데 오늘 아침에 보니 칼랑코에 잎 이축 처져있네요. 화분이 크고 이쁘지 않아서 죽으면 내년 봄에 다시 심으면 되지 하고는 내버려 누었는데 추운 겨울에도 꽃이 지지 않고 있어서 나는 그대로 ..

나의 꽃밭 2011.0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