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스스로 살기를 포기해 버리는 화초들, 이사를 가야 하는데 바로 들어가지 못하고 사정상 몇 개월 보관이사를 해야 했다. 가장 걱정되는 것이 정성껏 키우던 화초였다."어떻게 하지, 보관이사는 컨테이너에 짐을 실은 채로 보관을 해야 되는데" 화초를 보관 짐 속에 같이 넣을 수도 없고 누구한테 부탁하기에도 수량이 많고 물도 주어야 되고 살아가는 조건을 맞춰 줄 방법을 찾지 못해 고민 중이었다. 그렇게 고민하는 내 마음을 알았는지, 아니면 섭섭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이상하게 고민이 시작되는 날부터 병이 들더니 하나 둘 아예 잎들이 축 처지고 누렇게 변하고 심지어 잎이 떨어져 버린다. 그렇다고 평소보다 소홀한 적이 없었고 똑같은 조건이었는데 왜 저러지? 영양제도 주고 물, 빛, 공기 다 변함없는데 스스로 삶을 포기하는 걸 보니 화초들도 분명 마음이 있고, 귀도 있고, 감정이 있는 것 같다.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사건 같은 일이다. 내 고민을 덜어주기 위함일까.
오늘 화분 8개를 흙은 쏟아버리고 깨끗이 씻었다. 이사가 끝나면 다시 실내 정원을 만들겠지만 정든 화초들이 내 곁을 떠나버리니 괜스레 죄스럽고 함께 데려가지 못하는 것이 너무 미안했다. 겨우 몇 개 남았는데 그것마저 싱싱하지 못하다. 피고 지고 피고 지며 사시사철 꽃 피우던 바이올렛은 조건 없이 잘 크던 꽃이었는데 잎이 물러서 떨어져 버리고 키우기 쉽고 꽃도 잘 피던 제라늄도 죽고, 정성껏 일지까지 쓰면서 키우던 몬스테라도 떠나고. 잎보다 꽃이 더 많은 키우기가 식은 죽 먹기던 덴드롱 그 이쁜 것도 마른 가지만 남았다. 이건 내가 배신한 건지 꽃이 나를 배신한 건지 모를 일이다. 이것이 이별인가, 주인의 고민을 배려함인가, 무엇이든 함께 정을 나누던 화초와의 이별이 너무 마음이 아프다. 페페로미아는 20년 넘게 함께 살았다. 모체에서 새끼를 삽목 하면서 대를 잇고 늙은 모체도 잘 지켜냈는데 어쩔 수 없이 이제 새끼까지 떠나 버렸다. 짐이 된다고 생각해서 스스로 죽음을 택한 것 같아 너무 마음이 아프다. 같은 꽃이야 얼마든지 있지만 다 같은 건 아닌데 많이 많이 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