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의 여름은 기록할만하다. 한 달간의 장마, 한 달 반의 혹서, 이 엄청난 날들을 이겨내고도 제철을 잊지 않고 곱게 피어난 꽃무릇과 상사화는 꼭 봐야 한다. 그동안 붉은 물감의 바탕을 이루는 거대한 군락지인 고창 선운사, 영광 불갑사, 울산 대왕암공원에서 무척 잘 봤는데 남쪽지방이 생육조건이 좋은건지 아래지방에서 많이 본 셈이다. 그 붉은 꽃무리 속으로 들어가면 내 얼굴도 붉게 물들어 가는듯했다. 그렇다고 해마다 그곳을 찾지는 않는다. 가장 싱싱하고 화려할 때 봤던 고운 모습을 오래 기억하기 위해서다. 같은 장소라고 언제나 같은 모습이 아니기 때문에 아름다운 기억에 흠집을 내고 싶지가 않다. 그 기억을 고이 간직하고 보고 싶을 때 나의 기록을 찾아보면 된다. 올해는 하얀 꽃무릇이 있다고 해서 찾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