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천 3

눈내리는 날의 탄천 단상

눈 오는 날의 산책은 더욱 여유롭다.하얀 바탕에 검은 동체 같은 내가 눈길을 걷는다. 동네 한 바뀌 돌아 눈길 걷기에 제격인 수변공원이 있는 탄천으로 나아갔다. 두 손은 호주머니 속으로 들어가고 스칠 사람도 없는 조용한 길을 걷는데 새로 조성된 탄천 산책길을 중심으로 한쪽에는 탄천 물이 흐르고 , 다른 쪽에는 속도를 경쟁하듯 고속도로 위로 차가 흐른다.고속도로와 물줄기는 닮은 점이 있다. 딱딱함과 부드러움의 성질은 다르지만 둘은 잠들지 않는 것도 닮았고 끊임없이 소리를 내며 흐르는 것도 닮았는데 경쟁하듯 밤낮없이 흘러서 도달하는 종착지만 다르다. 물길은 바다에 이르는 것이 종착지고 찻길은 인간의 목적지가 종착지다.두 개의 긴 흐름을 따라 걷다 보니 길이 물과 같고, 물이 길과 같다. 두 흐름을 따라 ..

living note 2025.01.05

봄물결

봄이 솟아오른 땅에 발 딛기조차 조심스럽게 산길을 간다. 남쪽에서 올라오는 훈풍이 봄을 부르는 마중물이 되었나, 하루가 다르게 세상의 빛깔이 달라지고 있는 이때가 난 가장 좋다. 봄이 한창일 때보다 어디선가 보이지도 않는 매화의 영혼 같은 향기가 내 코끝에 스며들고 갓 핀 어린싹들이 자라는 걸 지켜보는 시간이 너무 짜릿하다. 봄은 어디에 머물다가 나타나는가. 대지의 태중에 잠들었던 봄의 생명들이 소록소록 자라나면 마음속 봄에대한 상념들도 자라나 뭔가를 글로 표현해내고 싶어 진다. 그러나 자연을 눈으로 보는 만큼 표현하는 건 나로선 불가능하다. 그 신비를 글로써 그림을 그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지만 늘 한계에 부딪친다. 그럴 때는 차라리 사진을 찍어서 그림이노라 하고 붙이는 게 편하다.청계산에 노루귀가 산..

등산 2024.03.24

탄천의 아침

장마 끝에 하늘도 씻기고 땅도 씻겨나간 아침은 찬란하다. 잠시 비가 그치고 이른 아침에 현관 밖을 나섰더니 높이 솟은 것들이 듬성듬성 베어 먹은 하늘이지만 하늘의 진면목인 푸르른 얼굴은 찬란하기만 하다. 진면목을 가리던 지상의 먼지를 다 털어낸 보석 같은 하늘을 이고 숲을 지나 물 구경하러 탄천으로 갔다. 웃비가 그치니 물은 금방 잦아들어 강폭 안에서 흐르지만 전 날 실어 나른 쓰레기들을 수변공원에 다 걸쳐놓고 흙색으로 세차게 흐르는데 수변공원 넓은 곳의 풀들이 다 한 방향으로 누워 있고 양쪽 나뭇가지며, 떠내려간 벤치며, 쓸고 간 자취를 보면 수위가 어떠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지난밤 강물은 평소보다 약 2.5미터 정도의 높이에 놓인 낮은 교각에 누군가 일부러 쌓아놓은 듯한 쓰레기들이 수북하고 강 둑..

living note 2022.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