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봉에서 사방을 조망한 후 덕유평전에서 마음마저 하얗게 백지 같은 상태가 되어 설화를 그리며 긴 능선길을 걷다가 백암봉에 한 번 더 오르고 나면 동엽령까지 가서 하산길로 들어선다. 한눈에 들어오는 하얗고 드넓은 덕유평전의 넉넉함 속으로 내려서면서 큰 산봉우리를 배경으로 눈꽃을 카메라로 담다 보면 마치 큰 산에 눈송이로 수를 놓은 듯한 사진이 된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그림인데 이번에는 조금 부족한 듯하지만 그 하얀색이 다른 어떤 색상보다 곱다. 그렇게 드넓은 평원에 그림을 그리고 사진을 찍으며 가는 눈길이 너무 행복한 시간이다. 동엽령에서 물도 마시고 쉬다가 안성 쪽으로 하산하는 길은 지루하다고 생각되는 구간이다. 아름다운 설경을 다 봤고 이제는 발밑만 보면서 내려가야 하는 길이라고 생각하고 무심히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