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유산 2

덕유산2(백암봉,동엽령에서 안성으로 하산)

중봉에서 사방을 조망한 후 덕유평전에서 마음마저 하얗게 백지 같은 상태가 되어 설화를 그리며 긴 능선길을 걷다가 백암봉에 한 번 더 오르고 나면 동엽령까지 가서 하산길로 들어선다. 한눈에 들어오는 하얗고 드넓은 덕유평전의 넉넉함 속으로 내려서면서 큰 산봉우리를 배경으로 눈꽃을 카메라로 담다 보면 마치 큰 산에 눈송이로 수를 놓은 듯한 사진이 된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그림인데 이번에는 조금 부족한 듯하지만 그 하얀색이 다른 어떤 색상보다 곱다. 그렇게 드넓은 평원에 그림을 그리고 사진을 찍으며 가는 눈길이 너무 행복한 시간이다. 동엽령에서 물도 마시고 쉬다가 안성 쪽으로 하산하는 길은 지루하다고 생각되는 구간이다. 아름다운 설경을 다 봤고 이제는 발밑만 보면서 내려가야 하는 길이라고 생각하고 무심히 30..

등산 2023.12.29

덕유산의 상고대밭(송년산행)

덕유산 설경을 본다는 건 잡다한 한 해 동안의 마음속을 마무리와 시작의 교차점에서 버리고 떠나기 같은 갈래의 마음을 정화시켜 주는 순수의 절대적 가치를 안겨준다. 덕유평전은 형체 없는 유령 같은 것들의 놀이터였다. 구름이 놀고, 바람이 놀고, 찬서리들이 놀다가 덕유산의 정령에 붙잡혀 깜짝 놀라 얼어붙어 정체성을 드러내고만 하얀 유령들의 주검 같은 세상을 만들었다. 그런가하면 형체 있는 인간들은 그 하얀 밭에서 좁디좁은 신들의 발자국 같은 길을 걸으며 서로 비켜서지도 못하고 부딪치며 미소로 지나친다. 무주리조트에서 곤돌라를 타고 설천봉에 내리면 때 묻은 발을 들여놓기가 미안할 정도로 순백의 절정이 사뭇 치도록 아름다웠다. 단체로 내려섰지만 그곳에 발을 딛는 순간 뿔뿔이 흩어져 인솔자의 통제는 이미 힘을 잃..

등산 2022.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