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년 새해가 된지도 벌써 한 달이 반 이상 가 버렸다. 눈 덮인 산에 누구보다 먼저 오르고 싶었던 내가 어쩌다가 그 좋은 설경을 다 놓치고 이제 눈이 물로 되어가는 때에 찾게 되었는지, 처음엔 눈이 너무 많아서 못 가고 그다음엔 혼자는 못 가고 그러다가 뒤늦게 오늘에야 갔더니 아직도 음지에는 눈이 많이 쌓여 있었고 양지에는 모처럼 기온이 올라 녹은 눈이 질퍽이기 시작했다.
이제는 모험심을 버려야 하는데 오늘은 평소에 가지 않던 코스를 택해서 한참 오르는데 가파른 길에 눈까지 쌓였고 잡을 곳도 발 디딜 곳도 없는 눈 쌓인 바위에서 진퇴양난에 빠져 속으론 얼마나 두려웠던지, 혼자서 간밤에 꾸었던 꿈이 생각나는 게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그렇게 아찔한 경험을 했지만 정상에 서는 순간 안도의 긴 숨을 토해내면서 무사히 오른 것에 감사하는 마음이었다.
간밤에 돌아가신 시어머니가 보이고 길을 가는데 발 디딜 틈 없이 깊은 물 웅덩이가 너무 많아서 어디로 가도 빠질 것 같은 위험한 길을 겨우 걸어갔던 꿈이었는데 갑자기 그 꿈이 생각났지만 일행에게 말을 할 수도 없었다. 그러나 꿈속에서는 결국 무사히 통과했던 것이 생각나서 용기를 내고 앞으로 나갈 수밖에, 코스는 짧았지만 가장 두려웠던 코스로 새해 첫 장에 남을 일이었다. 그래도 정상에서 마시는 따끈한 커피맛은 서로가 말 못 한 두려움을 잊을 만큼 달콤하기만 했다. 이제 어렵게 첫 장을 열었으니 다채로운 사계절이 아름다운 산행을 하는 동안 또 한 해가 흘러갈 것이다. 아무쪼록 무사히 우리의 행복한 여정이 산행 중에 이루어지길 산신령님께 비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