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사계

한라산 영실코스

반야화 2012. 12. 11. 18:06

너무 벅찬 어떤 것을 혼자 감당한다는 것은 힘겨운 일입니다. 나쁜 일일 때는 당연하지만 좋은 일일 때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너무 좋은 것을 보고도 그 감동을 누구와 함께 공감하면서 저절로 터져 나오는 환호가 아닌 혼자 안으로 채워 넣는 억누르기 힘든 마음도 벅차다는 걸 알았습니다.

 

 작년 겨울에 한라산 성판악코스를 가족과 함께 가서  거대한 그릇 같은 백록담에 소복이 쌓인 설경을 봤을 때는 온 가족이 함께 감동을 나눌 수 있어서인지 벅차다기보다는 순간순간 행복했었죠. 그런데 이번에는 12월 8일. 딸과 함께 한라산 영실코스를 오르려다가 눈보라가 심해서 포기하고 돌아왔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냥  떠나면 후회가 될 것 같아서 서울행을 늦추면서 월요일에 혼자서 재 시도를 했는데 날씨도 좋고 다행히 눈은 그친 상태라서 매표소에서 40분을 걸어서 영실코스로 오르는데 처음부터 성판악과는 너무 틀려서 한라산 같지가 않았습니다. 성판악에서 백록담까지는 눈꽃을 보는 재미라면 영실에서 윗세오름까지는 설경과 비가 올 때만 멋진 폭포가 된다는 비 폭포와 병풍바위 그 외도 기암들이 많아서 참 아름다웠습니다. 그런데 변화무쌍한 한라산의 날씨가 흰구름과 눈 덮인 산이 하늘과 산의 경계마저 무색게 하더니 바람 한 번 심하게 몰아치고 나면 금방 청명한 하늘이 나타나고 숨은 비경들이 일시에 드러나 감탄케 하더니 겨우 셔터 한 번 누룰 수 있는 만큼의 시간만 주고 또다시 구름으로 덮어버립니다.

 

그렇게 반복적으로 구름에 휩싸이다가 경이로운 설경과 바다까지 보여주다가, 망망대해 눈 바다에 검은 점 하나가 표류하는 것 같이 한 치 앞도 안 보이다가 그런 과정을 반복하면서 2시간 30분 만에 윗세오름까지 올랐고 휴게소에서 라면 하나 먹고 나서 어리목으로 하산하는데 한 시간 만에 내려올 수 있는 비교적 짧으면서도 밋밋하지 않아서 좋은 아름다운 코스였습니다. 봄이 되면 윗세오름 그 드넓은 평원에 진달래와 철쭉이 연이어 피면서 붉은 한라산이 된다고 하니 그 광경을 안 보면 나에게는 그 꽃들이 상사화로 변할 것 같아서 겨울 속에서 마음은 벌써 깊은 심중에다 봄을 싹 틔우고 있습니다.

 

 이번에 9일동안 제주에 머물면서 여러 곳을 보고 나서 제주라는 별도의 카테고리를 만들고 싶어 졌습니다.

아무 데나 끼워넣기에는 아까운 제주의 사계를 담아볼 작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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