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피렌체 체류 2주차

반야화 2023. 5. 19. 22:10

피렌체에 체류기간이 어느새 보름이 다 됐다."인생은 여행이다"라는 걸 실천하고 있는 작은딸 부부와 함께 여행을 하는데 아무것도 신경 쓸 필요도 없고 해주는 거 잘 먹고 잘 따라다니기만 하면 되는 너무 편한 여행을 하고 있다. 길게 잡은 여행이어서 볼 거 다 보면서 육백 년 된 집에서 현지인들처럼 매일 장을 봐서 직접 음식도 만들고 가끔은 맛있는 외식도 하면서 그렇게 지내고 있다.

이 집이 육백 년 전에 지어졌다니, 내가 이 세상에 올지 알 수도 없었던 그 역사 속의 집에 살아보는 것도 큰 경험이다. 물론 실내는 많이 고쳐서 편리를 더했지만 천장에 노출된 대들보는 그 까마득한 시간을 알 수 있게 노출시켜 두었다. 집의 형태는 4층으로 된 아파트 같지만 철근 같은 게 들어간 건축이 아니라 오직 돌로 기둥을 쌓아서 벽돌로 벽을 채운 것 같다. 건물 중간에 복도로 된 계단이 있고 양쪽으로 세대가 배치되어 있어 통풍이 어렵고 대체로 어둡다. 그래서 이곳 사람들이 광장을 좋아하고 음식점도 야외테이블에서 먹는 걸 좋아한다는 걸 느꼈다.

우리는 아침저녁으로 일단 도시 산책을 하고 아점을 먹고 나면 날씨에 따라 할 일을 정한다. 멀리 갈지, 실내에서 볼거리를 찾을지, 아니면 도서관을 갈지를 정하는데 어제는 날씨가 좋아서 아르노강 동쪽을 걸어보기로 하고  피렌체 베키오다리를  중심으로 아르노강 동 서 양쪽을 12킬로 정도를 트레킹 했다. 며칠 전에 아르노강 서쪽 수변공원 약 12킬로를 걷고 오늘은 동쪽을 12킬로 정도 걸었다. 서쪽을 먼저 트레킹을 하고 나니 동쪽이 궁금한 호기심이 발동해서  결국에는 오늘 버스를 타고 산 자코포 지로네라는 곳에서 내려서 피렌체 시내 쪽으로 걸어 들어오는 방법으로 집까지 걸어오는 길인데 약 4시간 정도 걸었다.

구름이 끼어도 해가 나도  시야가 투명하니 어디를 가든 좋다. 강을 따라 걷는데 눈앞을 가리는 어떤 것도 없고 보이는 건 익어가는 밀사초 군락과 노랗고 새파란 바탕에 수를 놓듯 붉은 꽃양귀비와 보라색 당아욱꽃이 무더기로 섞여 있는 풀밭이 너무 아름답고 멀리까지 잘 보이는 시선이 머무는 모든 곳이 멋진 풍경이다. 우리 역시 그림 같은 풍경 속의 풍경이 되어 행복한 트레킹을 했다. 작은딸 부부도 자연을 좋아하는 팀이라서 서로에게 힘든 걸 억지로 하는 부담됨이 없어 참 좋다. 그런 중에도 엄마를 위한 시간을 특별히 배려해 주려고 애쓰고 있어서 내가 좋다고 하면 어디든 같이 가주는 고마운 딸 부부다.

아침산책길에 들러본 곳.
산토 스피리토 성당, 이 성당은 피렌체 두오모를 설게 한 브루넬레스키의 유작이라고 해서 아침산책길에 조용한 시간을 이용해  보고 왔다. 이제까지 보아온 성당과는 외관부터 다르다. 벽체에 많은 조각과 장식들로 화려한 성당들이 거의인데 비해 이 성당은 특별한 장식도, 조각도 없이 벽이 매끈한 대칭이다. 그래서 더 눈길을 끄는 성당인데 안은 또 어떨까 궁금해서 안으로 들어가서 성화들을 다 보고 2유로를 주고 같은 성당 안에 있는 다른 공간에서 미켈란젤로가 18세 때 만들었다는 십자가와 예수상을 봤다. 예수는 옷을 걸치지 않은 모습이고 긴 줄을 늘어뜨린 공중에 매달려 있다. 문을 열고 나가면 ㅁ자 건축물로 된 중앙에 중정이 있는데 중정벽 둘레에는 수많은 죽은 자들의 이름이 새겨진 대리석판들이 있었다. 사람은 가도 예술은 길이길이 남았으니 죽어도 죽은 게아니다. 언제나 기억되고 기록되는 사람으로 남는다는 게 가장 잘 산 사람이 아닐까.

산토 스피리토 성당의 중정에 있는 종탑

성당측면도 창 외엔 어떤 장식도 없이 깨끗하다.

황톳물이 강을 가득 메우고 흘러간다. 물이 갑자기 불어 난 황톳물이어서 어딘가에 비가 많이 왔나 보다 하고 걸었는데 집에 와서 뉴스를 보니 이탈리아 북부에 홍수가 났다는 걸 보니 그 영향으로 이곳까지 강물이 많았다는 걸 늦게 알았다.

어느새 두 시간 넘게 걷었고 멀리 미켈란젤로 광장이 보이는 곳까지 와서 야와 카페에서 음료를 마시며 쉬어간다.

강을 따라 거는 길이 너무 좋다.

강가에 너무 많아서 밀인가 싶었는데 노랗게 익어가는 밀사초였다. 꼬두리가 쭉정이인 걸 보니 밀과 흡사한 밀사초.

여기서부터 물길이 확 꺾어져 왼쪽으로 흐르고 우리도 강물이 흐르는 곳으로 따라가면 된다

공원 바로 옆에 있는 아르노강변이다.

온통 작은 야생화들이 피는 꽃밭이다.

이렇게 좋은 곳이 애견공원이라니 믿어지지 않을 만큼 아름답고 평화로운 마을에 정작 주인공도 없이 비어 있어 이 마을 첫인상이 너무 좋았다. 피렌체에는 잔디밭에 벌레도 없고 무서운 찐득이도 없다 하니 마음껏 앉아보고 강아지나 어린이들이나 뛰어놀기 너무 좋은 곳이다.

지로네 정류장에서 내려서 강쪽마을로 접어든 시작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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