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note

천국에 대한 불가지론

반야화 2011. 6. 15. 23:32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타노토노트`를 읽고

 이 책을 읽기 전에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과 `개미`를 읽었었다. 기발한 상상력과 호기심으로 어릴 때부터 개미에 대한 연구를 하다가 성인이 될 때까지 수많은 시행착오와 여러 번의 수정을 거쳐서 결국에는 책으로 펴 낼 수 있었던 작가의 끈질긴 탐구력이 독자들의 호기심까지 발동하게 만드는 유명 작가인데 감히 신의 영역인 천국을 탐험한다는 내용이 궁금해서 읽지 않을 수 없었던 책이다.

 

 타나토 노트란 그리스어로 저승을 항행하는 자란 뜻이다.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했듯이 사후세계에도 분명 경이로운 어떤 대륙이 있을 것 같은 생각을 하고 마취과 의사인 미카엘 팽송과 친구인과학연구소 생물학 연구원인 라울 라조르박이 영적 세계를 탐험하는 내용이다. 과연 우리가 상상했던 천국이란 게 있을까? 생각하면서 잠시라도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게 만들었다.

 

 천국에 들어가는 방법은 약물과 기구를 이용해서 코마 상태에 빠지게 하고 처음에는 코마 18분 정도가 지나면 심장을 압박해서 다시 살아나게 하는 방법이다,  유체이탈을 하면 은색으로 된 줄로 한 끝을 이승에 묶어 두고 영혼이 천국을 항행하는데 줄이 끊어지면 깨어나지 못하고 줄이 끊어지지 않을 정도로만 가야 한다.

 

 처음으로 천국 탐험에 성공하고 돌아온 사람의 말을 들으면 코마 상태에서 깨어나지 않아 실패하는 원인은 제1천이 너무 안락하고 아름다곳이라 돌아오기 싫어서 생명줄을 스스로 끊고 정착해버리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다음에는 꼭 돌아 올 이유가 있는 사람을 보내는데 교도소에 280년의 형을 받고 수감 중인 사람을 보내고 돌아오면 감형을 해 준다는 조건을 달아서 돌아오게 된다.

 

그리고 제2천에서는 무시무시하게 어둡고 무서운 악마들이 있는 천국이 나온다. 그것은 결국 살면서 지어 온 자신의 악행들과의 만남이다. 악행을 많이 하고 그것과 다시 만나는데 지옥처럼 생각된다. 내가 불교신자여서 그런지, 천국도 지옥도 다 마음속에 있다는 말을 여기서도 만나게 되니 더욱 믿음이 갔다.

 

 제3의 천국에서는 살면서 억눌러 오던 모든 욕망이 이루어지는 곳이어서 이루지 못한 사랑도 다 이루어지는 아주 행복한 곳이다. 처음에는 교도소에 수감 중인 죄수들을 시험 대상자로 하다가 많은 실패로 이어져 간접 살인을 하지만 연구를 거듭하면서 천국에 갔다가 돌아오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그들의 증언을 토대로 천국이 무척 아름답다고 했을 때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아 자살률이 늘어났지만 천국의 다음 단계에서 천국은 무척 무서운 곳이라고 했을 때는 사람들이 너무 두려워 죽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더 깊은 단계인 마지막 7 천국에는 우리가 말하는 천당 같은 곳이고  그곳에 가기 위해서는 선업 점수가 600점이 되어야 갈 수 있다고 하자 모든 사람들이 600점을 채우기 위해 선행을 베푸는데 심지어  거지들은 언제나 열려 있는 남의 집으로 들어가서 마음대로 음식을 꺼내먹고 내 집처럼 함부로 하지만 나무라는 사람이 없다. 그렇지만 내가 볼 때는 사람들의 본심이 착해서가 아니라 의도적인 행동이 엿보여서 그것이 착한 일만은 아닌 것 같았다.

 

 선만 있는 날이 계속되니 부작용이 나타나자 천국을 비행했던 타나토 노트 한 사람은 이 세상은  선과 악이 같은 무게로 존재하는 것이 공평하다고 생각하고 오히려 악의 씨앗을 퍼트리기 시작한다.

 

 이 책에는 세계의 신화와 여러 종교의 경전들이 텍스트로 등장하지만 내가 볼 때는 거의가 불교 경전의 내용이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었다. 윤회를 바탕으로 선과 악으로 살았던 무게에 따라 7개의 천국으로 들어가고 현재의 삶이 내 생의 삶을 결정짓기도 하고 과거의 삶을 알기도 한다. 천국이 있는지 지옥이 있는지는 신의 영역이지만 아직은 불가지론에 해당되는 부분이고 신비가 벗겨지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돼 새겨 볼만한 내용이다.

 

 제7 천국에서 천사를 만나서 본인과 남의 전생까지 다 알고 와서는 서로를 비방하고 헐뜯는 일이 생기자 차라리 모르는 것이 더 좋은 것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7개의 단계적인 천국은 다 내 안에 있는 것이고 내 몸이 소우주라는 것을 암시하는 듯도 하다.

 

 불교에서 말하는 의식의 단계에는 안. 이. 비. 설. 신. 의(眼耳鼻舌身意)의 인식 기관과 제7말나식과 아뢰야식이 있는데 제8 식에는 우리들의 모든 기억과 행동들이 고스란히 씨앗으로 쌓여 잠재되어  있다가 인연이 닿으면 자아의 주체가 되어 환생을 하고 성격이나 행동으로 다시 나타나게 된다. 그러고 보면 행이든 불행이든 이 모든 것은 내가 원인이고 내가 만드는 것이지 누구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당신은 어떻게 죽기를 원하느냐는 편집자의 질문에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죽으면 관에 들어가지 않고 바로 땅 속에 묻혀 내 육신이 평생 나를 먹여준 이 지구에 거름이 되길 원한다"라고 말한다. 우리 모두 작가와 같은 마음가짐으로 사는 동안 이 땅을 사랑하며 환경을 잘 보전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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