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인릉산(성남누비길 7코스)

반야화 2022. 5. 26. 17:08

오월이 구름 되어 사라져 가고 유월이 내린다.
오월의 여운은 꼬리조차 싱싱하다. 타는 갈증을 느끼던 오월이 막바지를 지나는 길목에서 오랜만에 단비로 목을 축이고 너무 좋아서 산들산들 초록 춤사위로 행복한 모습을 보여주니 그 밑을 지나는 우리들마저 그 춤사위에 덩달아 춤추듯 즐겁게 산길을 걸었다. 비 온 후 산길은 촉촉한 생명의 바탕인 흙에서 올라오는 공기와 싱싱한 숲에서 나오는 향기로 가득찬 길을 걷는 내내 마음조차 혼미해질 정도였다.

청계산은 수도 없이 갔지만 큰 산 그늘 같은 밑자리에 인릉산이 있는 줄 몰랐네. 잘난 사람 옆에 있으면 늘 묻혀버리는 평범한 사람처럼 365.2미터의 인릉산은 그렇게 나지막하게 묻혀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었나 보다. 성남 누비길 마지막 코스인 7코스를 걷다 보니 인릉산이 있고 지명은 북쪽에 위치한 순조와 순원왕후의 릉이 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산길을 다 걷고 나면 서울공항이 보이는 곳으로 하산해서 세곡천에 이른다.

옛골에서 시작하는 청계산과 인릉산 사이로 차도가 있고 오른쪽은 청계산이고 왼쪽은 인릉산이다. 산기슭에 작은 마을 하나를 지나 들어가면 산은 초입부터 숲이 짙어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이 산에는 일본목련이 많이 자생하고 있는데 잎자루 하나에 잎이 여섯 개나 둥글게 붙어 있고 잎 하나의 크기가 하도 커서 어른 신발만 하다. 그런 나무들이 많으니 빛을 볼 수 없었다.비 온 후라 바람도 많이 불고 서늘한 느낌이 들어서 간간히 빛을 받고 싶어 마치 고래가 바다를 헤엄치다가 숨을 쉬기 위해 수면 위로 올라오듯이 우리도 숲의 바다를 유영하다가 빛을 보기 위해 더 높은 곳이로 올라가 얼굴을 내밀었다.

산속에 좁다랗게 나 있는 길은 또 얼마나 이쁜지, 아카시아 꽃잎이 떨어져서 마치 긴 무명천을 깔아 둔 것 같았고 아직도 하얀 꽃잎은 떨어져 밟혔지만 향기를 지니고 있어 시들은 향은 싱싱할 때 와는 또 다른 내음이 났다. 또한 꽃잎이 말라서 멀리서 보면 쌀알을 쏟아둔 것도 같았다. 그래서 우리는 일 년 후를 이미 약속했다. 내년 오월 중순 시간을 잘 맞혀서 싱싱한 꽃길을 걸어보자고, 먼 훗날 같지만 늘 그래 왔듯이 분명 그 약속은 지켜질 것이라 믿는다. 언제나처럼 우리는 집 나가면 행복과 만나는 시간이어서 세월가도 이즘이 너무 좋다.

일본목련 꽃

세곡천이 탄천으로 모여 함께 흐른다.,

세곡천 길

성남 서울공항과 남한산성 아래 위례마을이 멀리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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