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소백산

반야화 2022. 6. 3. 11:13

2022.6.1일

연화봉에서 아침을 맞다.

주인공이 빠진 축제는 빛나지 못했다.
오랜만에 소백산 철쭉 시기에 맞춰서 산행 날을 잡고 보니 소백산 철쭉제와 겹쳤다. 그런데 주체 측이 산을 올라보지 않고 정한 날짜여서일까, 3년 만에 열리는 축제라는데 시기도 잘 맞추지 못하고 꽃도 예전 같지 않아서 비로봉까지 올랐지만 축제 분위기는 아니었다. 어떤 축제든 축제시기는 피하는 편이다. 별로 볼거리도 없고 소란하기만 할 뿐 좋아하지 않는데 우연히 겹쳤으니 뭔가 분위기라도 느낄까 싶었지만 미리 상황을 다 알 수 있는 정보가 넘쳐나기 때문에 꽃을 보기 위해 모여들지는 않았다. 철쭉은 이미 다른 산에서 봤으니 오롯이 소백산을 느끼기 위해 산악회가 아닌 J와 둘이서 갔다. 산악회를 따라 몇 번 가봤지만 단체는 언제나 바쁘기만 하고 스쳐가는 희방사를 보지 못하는 아쉬움이 늘 있었는데 이번에는 단양에서 일박을 하고 아침 해뜨기 전에 출발해서 느리게 즐기기로 하고 나섰더니 제대로 소백산을 오르는 재미를 느꼈다.

승용차로 이동, 아침 6시에 희방폭포에서 출발해서 천동리 주차장까지 약 17킬로미터의 산길을 8시간 정도 걸었다. 당일 산행은 멀리서 버스로 이동해서 산행을 시작하게 되니 열 시가 넘어야 등산이 시작되는데 단양에서 숙박을 하면 새벽시간대에 출발할 수 있다니 부푼 기대로 밤잠이 날아가버렸다. 겨울에는 5시면 새벽이라고 할 수 있지만 초여름의 그 시간은 이미 아침이다.

제천 하소천 수변공원의 금계국,

지난 4월 벚꽃이 필 때 단양에 갔는데 두 달만에 다시 찾은 단양은 까만 버찌가 익어가고 그때와 또 다른 모습을 보는 단양은 참 아름다웠다, 제천역에 마중 나와준 단양댁이 이번에 보여줄 꽃이 세 가지로 "3화 여행"이란 테마를 붙여서 데려간 첫 번째 꽃은 제천 하소천 수변공원에 끝도 없이 피어 있는 금계곡이 너무 아름다웠고 두 번째 꽃을 보기 위해서 단양강으로 갔다.

단양강 잔도길 호수의 장미터널,두번 째 꽃은 바로 단양강 장미터널인데 시기가 너무 잘 맞아서 테마를 왜 붙였는지를 느끼게 했다.긴 터널에 갖가지 장미가 화려함의 극치를 드러내고 있고 터널을 지나는 사람들의 얼굴엔 행복함이 가득 묻어났다. 세번 째 꽃은 이튿날 수고 후에 맞이할 소백산 철쭉이다. 내일 그 주인공을 만나러 간다.

단양강의 어스름
첫날이 저물고, 차 안에서 누른 셔터가 우연히 석양이 조명에 포커스가 딱 맞혀졌다.
희방폭포

희방사,늘 스치기만 하다가 처음으로 경내에 들어갔다.

희방사의 가장 오래된 건축물 같은데 어떤 곳인지....
오르기 전에 보이는 연화봉은 뾰족하게 보인다.
첫 번째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소백산의 건너편, 내가 새벽산길을 좋아하는 이유가 이런 것이다.해뜨기 전 새벽빛에 원근 거리에 따른 시퍼렇게 날선 산의 곡선들이 너무 좋아한다.큰 산이 아니면 맛 볼 수 없는 원경이다.끝없이 중첩된 산봉우리와 날까로운 산주름,하나의 이름으로 다르게 보이는 계열색,야산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풍경이기에 자주 못가는 큰 산의 정수리가 자꾸만 그리워지는 것이다.

연화봉에 도착하니 높은 산 봉우리들이 해맞이를 하고 더욱 멋진 곡선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연화봉에서,,,,,
연화봉

제 1연화봉을 향하여....
제 1연화봉

비로봉 오르는 길

3화 테마의 세 번째 꽃,연달래다.철쭉보다 연달래라고 부르고 싶다.온 산을 뒤덮었으리란 연상작용은 출발 때 이미 내려놓았기 때문에 기대를 접고 보는 꽃이기에 더 반갑고 이쁘다.

괴불나무 꽃,인동덩굴과 거의 같은 꽃인데 덩굴이 아니고 나무라는 것이 다르다.

그래도 꽃은 있었어.
은행잎조팝

산해당화 향기가 너무 좋다.

국망봉

막힌 곳 없는 정상은 바람만이 지배한다.바람이 심했지만 싫지 않은 봄바람이다.

천동계곡으로 하산하는 중에 보는 주목

이미 지고 없는 산목련을 다시보니 더 이쁘다.

개다래나무 잎이 점점 위장술로 변하고 있다.

한 해의 허리가 뚝 꺾기는 유월 첫날이다. 한 해의 반이며 유월의 시작을 소백산 비로봉에서 맞이한다.

반년을 보내면서 돌아보니 계절에 맞는 옷을 한 번도 입지 않은 것과 여러 차례에 보던 쪽동백 꽃을 한 번도 못 보는 사이에 반년이 지났다. 그만큼 머뭇거리다 보면 뭔가를 놓치고 지나갈 만큼 시간이 빠르게 흐른다. 시간은 변함없지만 내 마음이 급해진 탓이기도 하다. 책 한 권을 손에 쥐고 다른 책이 읽고 싶어 지는 조급 함이다. 현재 하고 있는 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자꾸만 정해진 그 이상을 하고 싶어 진다.

조급함을 달래기 위해서는 높은 산을 천천히 오르는 것이 좋다. 천 미터 이상이 되어야 느려질 수 있다. 근래에 처음으로 오르는 1439 미터의 소백산을 앞뒤 좌우를 살피는 여유를 부리면서 사색의 긴 산길을 오름으로써 나머지 반이라도 느긋하게 사는 시간을 갖기로 해본다.

올해 처음 보는 쪽동백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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