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6.1일
주인공이 빠진 축제는 빛나지 못했다.
오랜만에 소백산 철쭉 시기에 맞춰서 산행 날을 잡고 보니 소백산 철쭉제와 겹쳤다. 그런데 주체 측이 산을 올라보지 않고 정한 날짜여서일까, 3년 만에 열리는 축제라는데 시기도 잘 맞추지 못하고 꽃도 예전 같지 않아서 비로봉까지 올랐지만 축제 분위기는 아니었다. 어떤 축제든 축제시기는 피하는 편이다. 별로 볼거리도 없고 소란하기만 할 뿐 좋아하지 않는데 우연히 겹쳤으니 뭔가 분위기라도 느낄까 싶었지만 미리 상황을 다 알 수 있는 정보가 넘쳐나기 때문에 꽃을 보기 위해 모여들지는 않았다. 철쭉은 이미 다른 산에서 봤으니 오롯이 소백산을 느끼기 위해 산악회가 아닌 J와 둘이서 갔다. 산악회를 따라 몇 번 가봤지만 단체는 언제나 바쁘기만 하고 스쳐가는 희방사를 보지 못하는 아쉬움이 늘 있었는데 이번에는 단양에서 일박을 하고 아침 해뜨기 전에 출발해서 느리게 즐기기로 하고 나섰더니 제대로 소백산을 오르는 재미를 느꼈다.
승용차로 이동, 아침 6시에 희방폭포에서 출발해서 천동리 주차장까지 약 17킬로미터의 산길을 8시간 정도 걸었다. 당일 산행은 멀리서 버스로 이동해서 산행을 시작하게 되니 열 시가 넘어야 등산이 시작되는데 단양에서 숙박을 하면 새벽시간대에 출발할 수 있다니 부푼 기대로 밤잠이 날아가버렸다. 겨울에는 5시면 새벽이라고 할 수 있지만 초여름의 그 시간은 이미 아침이다.
지난 4월 벚꽃이 필 때 단양에 갔는데 두 달만에 다시 찾은 단양은 까만 버찌가 익어가고 그때와 또 다른 모습을 보는 단양은 참 아름다웠다, 제천역에 마중 나와준 단양댁이 이번에 보여줄 꽃이 세 가지로 "3화 여행"이란 테마를 붙여서 데려간 첫 번째 꽃은 제천 하소천 수변공원에 끝도 없이 피어 있는 금계곡이 너무 아름다웠고 두 번째 꽃을 보기 위해서 단양강으로 갔다.
한 해의 허리가 뚝 꺾기는 유월 첫날이다. 한 해의 반이며 유월의 시작을 소백산 비로봉에서 맞이한다.
반년을 보내면서 돌아보니 계절에 맞는 옷을 한 번도 입지 않은 것과 여러 차례에 보던 쪽동백 꽃을 한 번도 못 보는 사이에 반년이 지났다. 그만큼 머뭇거리다 보면 뭔가를 놓치고 지나갈 만큼 시간이 빠르게 흐른다. 시간은 변함없지만 내 마음이 급해진 탓이기도 하다. 책 한 권을 손에 쥐고 다른 책이 읽고 싶어 지는 조급 함이다. 현재 하고 있는 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자꾸만 정해진 그 이상을 하고 싶어 진다.
조급함을 달래기 위해서는 높은 산을 천천히 오르는 것이 좋다. 천 미터 이상이 되어야 느려질 수 있다. 근래에 처음으로 오르는 1439 미터의 소백산을 앞뒤 좌우를 살피는 여유를 부리면서 사색의 긴 산길을 오름으로써 나머지 반이라도 느긋하게 사는 시간을 갖기로 해본다.
'등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을아침 (0) | 2022.09.07 |
---|---|
마음의 종합비타민(남산과 안산자락길) (0) | 2022.07.22 |
인릉산(성남누비길 7코스) (0) | 2022.05.26 |
겨울 도봉산 (0) | 2022.01.20 |
잠든 겨울 숲에서..... (0) | 2021.12.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