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0.23
잘츠부르크에서 아침 7시에 출발해서 3시간을 달려 슬로베니아 블래드로 간다. 하늘엔 별이 빛나는 시간, 알프스의 설산을 옆에 세우고 알프스의 끝자락이 되는 블래드로 가는 길에 여명 속에서 드러나는 알프스의 설산에 조명 같은 해가 비치니 마치 지하에 있던 다이아몬드 광산이 일시에 쑥 솟아오른 듯 하얀 눈이 반짝인다. 만년설은 구름 위에서 빛나고 산 아래는 막 피어오르는 운무가 깔리면서 하루의 서막이 열리더니 동화 속 같은 동네가 드러난다. 정말 멋진 전형적인 유럽의 풍경이다.
가장 날씨가 좋아야하는 곳이다. 그러길 바랐는데 하필이면 안개가 호수를 다 덮어버렸다. 그래서 우리는 호수 안에 있는 섬 위에 지어진 성은 나중에 보기로 하고 먼저 성벽으로 올랐다. 호수의 아침은 언제나 안갯속에서 시작된다. 뭔가 단번에 보면 안 되는 어떤 것이 숨어 있어서 서서히 드러나서 깜짝 놀라게 해 주려는 주인공처럼 성벽 중간까지 올랐는데도 여전히 안개는 갇혀 있고 답답하고 조급한 마음으로 오르다가 뒤를 돌아보는데 오늘의 주인공이 뒤바뀐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눈높이에 율리안 알프스의 설경이 단풍 위에 걸려 있어 너무나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마치 미술대전에 출춤 된 대작을 감상하듯 모두가 탄성을 지르면서 그 모습을 담았다.
성 위에서 아래를 보는 풍경 또한 너무 좋았다.선명치는 않지만 알프스의 눈동자라고 부르는 블래드 섬에 떠 있는 한 송이 꽃을 꽂아둔 것 같은 성이 떠 있는 것이 안갯속에서 어렴풋이 보인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좋은 곳이 될 거라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에 난 꼭 보고 싶었다. 그래서 성을 내려가지 못하고 한참을 기다리면서 먼저 성에 있는 박물관을 둘러보고 나왔는데도 희미하기만 하다.
정해진 시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성을 내려와서 배를 타고 호수 안으로 들어가는데 점점 가까워지면서 어렴풋이 보이는 성은 인공적으로 만들어도 그렇게 아름답게 하기는 어려울 정도로 매혹적이었다. 봉긋한 작은 섬 위에 떠 있는 섬 안에는 성모승천 성당이 있고 호숫가를 돌 수 있는 산책길도 있어서 친구와 둘이서 지상 최상의 산책을 하듯이 즐겁게 걸었다. 예전에 깅일성 부자도 이곳에 다녀갔다는 곳이다. 목석같이 보이는 그들 부자의 마음도 이곳에서의 회담이라면 그 어떤 것도 성사가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딱딱한 마음까지 녹일 수 있는 무척이나 아름다운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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