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25일 크리스마스 송년산행
젊은 날엔 손꼽아 기다리던 크리스마스였지만 이젠 별 의미 없이 그냥 빨간 날로 인식될 뿐이다. 이런 것이 변해가는 과정이 아닐까 싶다. 언제나 그렇듯 송년도, 신년도 산행으로 마무리하게 된다. 인생은 60부터라는 걸 실감하면서 새 달력이 나오면 여행 날짜부터 동그라미를 치고 시작하는 이 여유, 누가 나이 드는 거 싫다고 했나, 헌신적으로 살아내던 그 역할이 끝나고 오직 나만을 위한 시간으로 사는 것이 내 방식의 제2의 인생이다. 난 나의 2막에 충실할 것이며 그것이 나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가족을 위해서도 좋은 일이라고 늘 변명을 늘어놓고 떠나는데 사실은 나의 확실한 노후대책이다 물질보다 더 높은 가치부여를 하면서.......
너무 오랫만에 근교 산행을 하다 보니 숱하게 다니던 길들도 다 생소하고 풍경만 그대로인 듯하다. 길은 더 좋아졌고 어렴풋이 내가 다니던 그 길의 자취도 들춰보는 편안하고 느긋한 산행이어서 좋았다. 이제는 가까운 것에 더 소중함을 느끼며 여유 있게 즐기는 산행을 하리라 마음먹어본다. 단체가 아닌 친구와 지인들이 함께 하니 쫓기지 않아서 좋고, 풍경이 좋은 곳에 많이 쉬어가는 것도 참 좋다.
코스를 수락산 기차바위로 정하고 가는데 초입에서부터 길이 편안한 능선이다.좋은 길을 다 지나 기차바위 앞에 섰을 때 너무 놀랐다. 수도 없이 수락산을 찾았지만 기차바위를 오른 적도 내린 적도 없는 것 같다. 쳐다보니 할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선다. 굵은 로프는 드리워져 있었지만 높이가 너무 높다. 아파트 11층 정도의 높이인 30미터라고 한다. 그렇잖아도 요즘 산행을 못 하는 날엔 하루에 아파트 계단을 45층 정도를 오른다. 15층을 세 번 오르는데 15분 걸린다 땀도 나고 호흡도 빨라지는 걸 보면 충분히 체력단련에 도움이 되는 것 같았는데 이번에 시험대에 오르는 기분이다. 모험을 체험하는 것도 재미라 생각하고 올랐는데 처음에는 옛날 생각도 나면서 너무 재미있어서 빨리 올랐던 것이 화근이었다. 중간을 넘어서 쳐다보니 아직도 반이나 남았는데 기분이 좋지 않았다. 고산증 같은 메슥거림이 느껴져서 빨리 올라 벗어나야지 하는 생각에 더 속도를 냈더니 속이 울렁거리고 가슴도 두근거리고 혼났다. 다 올라서서 내려다보니 친구는 천천히 아주 잘하고 있는데 난 뒤를 돌아볼 수가 없었다.
등산에 입문했을 때,아주 초창기에는 수락산 하강바위에서 몸에 자일을 묶고 뛰어내리다 바위에 긁혀서 피도 흘리고 했던 기억도 나고 그 바위를 새로 보니 감회가 새롭고 복숭아같이 이쁜 하강바위에 내 젊은 날의 초상이 새겨져 있는 것을 보는 듯했다. 그때는 하강바위를 세 번 발로 박차면서 뛰어내렸다. 그 재미를 다시 한번 느끼고 싶어 진다. 그런데 장비가 없다.
기차바위의 사진이 없는 걸 보면 아마도 보는 것도 처음 같은데 이것이 마지막이지,다시는 오르고 싶지 않았다. 몸보다 정신이 허락하지 않는 것 같다. 예전보다 겁이 많아졌다는 걸 매번 느낀다. 그렇게 늙어가나 보다. 제주에서 올레길 걷다가 수월봉 아래 투명한 이끼에 뒤로 심하게 넘어진 기억이 트라우마가 되어서 미끄러운 암벽이나 마사토 같은 길이 너무 두렵게 느껴진다. 뇌 사진도 찍고 할 정도로 심하게 넘어졌지만 다행히 크게 다치지 않아서 아직도 건재하게 이러고 살고 있다.
새해에도 커다란 목표를 세우고 시작한다.지난해 알프스 트레킹이 너무 좋아서 올해는 로키산맥 트레킹을 날 받아놓고 기다리며, 설레며 그렇게 또 상반기가 갈 것 같고 사월부터는 여행 계획으로 꽉 찼다. 이 얼마나 좋으냐!! 희망을 설계하면서 한 해를 마무리한다. 잘 가라 2018년, 안녕.
기차바위, 너무 길어서 붙여진 이름 같다.
높이 30미터, 느낌으로는 1킬로미터가 되는 것 같았다. 가장 두려움을 느낀다는 각도 20도, 거의 수직으로 느껴졌다.
오른쪽이 나, 사진 찍는다고 뒤를 돌아보라고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이쁜 하강바위
기차바위 전망대, 요기서 찍은 사진이다.
뒤따라 오르는 여인들
들이 같이 출발했는데 한 사람은 어디 갔지?
호흡을 고르느라고 다른 사람은 살피지도 못했네ㅎ
멀리에 도봉산 만장봉이 어렴풋하다.
수락산 정상
정상 바위의 돌 틈
하강바위의 다른 각도
종모양과 흡사한 작고 색도 검은 바위, 종의 금형 같다.
치마바위 위에 올려진 하강바위
치마바위에 끼었어, 꺼내 줘 하면서 누웠고 둘은 바위를 들어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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