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여수 향일암과 영취산

반야화 2019. 4. 11. 12:13

2019.3.30일

삼월이 찬바람을 몰고 간 자리에 사월이 꽃을 몰고 와 온 산에 활짝 풀어놓았다.

밤새 어둠 속을 뚫고 여수까지 달려갔다. 일출시간과 맞추려고 휴게소에서 한참 정차해 있다가 출발했지만 새벽하늘은 해 뜨는 걸 보여줄 생각이 없어 보인다. 비 예보가 있었지만 다행히 비는 오지 않았고 잔뜩 찌푸린 날씨여서 해 뜨는 걸 포기하고 향일암으로 플래시 불빛으로 올랐다. 어두워서 제대로 암자를 둘러볼 수 없어 뭘 보고 왔는지도 모르겠다. 붉은 구름이라도 보려고 한참 동안 바다를 주시하고 있었더니 겨우 가로 한 줄기 불그레한 선 하나만을 보여준다. 예상했던 일이라 그냥 돌아 나오는데 그제야 밝아져서 둘러보았지만 이동해야 할 시간이어서 자세히 볼 수 없었다.

 

새벽 어스름에 둘러본 향일암은 금오산 끝자락에 자리한 암자의 형상이자 암자의 상징인 거북돌이 가장 많이 눈에 띄었고 절벽 아래 바다를 향한 곳에 놓인 커다랗고 반듯한 반석인 원효대사의 좌선대가 있었다.스님은 전각 하나 바로 세울 수 없을 정도로 돌이 많은 그곳에 무엇을 보았기에 그 가파르고 험한 곳에 암자를 세웠을까, 일주문부터가 대형 돌문이고 오가는 길조차 반듯한 땅 하나 없이 사람이 지나다니는 길도 돌문 사이를 지나다녀야 하는 곳에 동백은 뿌리내릴 흙 한 줌을 찾았는지 고목에도 꽃을 피우는 도를 행하고 있다. 살아있는 모든 생명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산다는 것이 바로 도 다라는 것을 터득한 듯이 꿋꿋이 오랜 세월을 살아가면서 꽃 피우고 있다. 씨앗이 한 번 땅에 떨어지면 그곳에서 태어나고 늙어가고 죽음까지 감당해 아하는 식물이야말로 도 닦는 심정이 아니면 열악한 환경에서 어떻게 버틸 수 있을까만 그래도 다 꽃 피우는 걸 보면 구도를 성취한 것 같았다

 

하나를 포기했더라면 열을 봤을텐데 하나를 보기 위해 열을 잃은 행보였다. 해를 품은 암자라니 해맞이 명소에서 일출을 보고 싶었지만 구름이 짙고 빗방울이 떨어지는데 시간이 지나도 해는 나오지 않고 그 아름다운 암자의 풍경을 보지 못하고 다 잃었다. 겨우 카메라 플래시로 찍은 알아볼 수 조차 없는 몇 곳을 지나면서도 어디가 어딘지 인식하지 못한 채 돌아 나오는데 그때서야 아름다은 금오산 향일암이란 현판이 뚜렷이 보이는 문 하나를 봤다. 꽃은 지고 있고 아쉬움만 남긴 채 돌아와 꼭 다시 찾으리라 생각하는 미련 하나 추가한다.

 

향일암을 대충 보고 영취산 진달래를 보기 위해 바쁘게 차에 올랐다.마침 진달래 축제까지 열리는 날인데 날씨가 쌀쌀하고 바람이 많이 불어서 축제 참여율이 낮을 것 같았다. 처음으로 영취산을 찾았는데 날을 잘 잡은 것 같다. 시멘트길을 한참 오르고 보니 멀리서도 잘 드러나는 산은 군락지가 분홍색으로 아주 이쁘게 물들어 있다. 가슴이 두근거린다. 철쭉과는 또 다른 색상과 꽃도 더 이쁘다. 그것도 무리 지어 있으니 더 아름답게 보이는 거지.

 

어느 산인들 진달래가 없겠냐만 굳이 멀리까지 꽃을 만나러 가는 것은 가서 보면 알게 된다. 진달래는 우리나라 어느 야산이나 흔히 피는 꽃이다. 국화로 지정해도 될 만큼 아름답고 많이 피는 꽂이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갓 피어난 싱싱하고 온전한 진달래는 마치 분홍 물감을 부어놓은 것 같고 어느 풍경 화가가 대작인 꽃그림 전도를 펼쳐놓은 듯이 보인다. 그때부터 마음엔 분홍 물이 차오르고 콩다콩닥 뛸 가슴이 나에게도 있구나 하는 걸 느끼게 해 준다. 그만큼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출렁대며 걷는다.

 

우리나라 야산 전역에 두루 피는 진달래가 무리 지어 피는 곳에는 왜 더 아름다운가를 생각해 봤다.전문가는 아니지만 나름대로 생각해 보니 한 장소에 같은 품종만 있다는 것과 서로 성품이 같고 자라는 키도 같고 하니 빛을 더 받기 위해 다투지 않으며 밀어내거나 침범하지 않으니 편안하고 근심걱정 없어 이쁘게 꽃만 피워내면 되는 것이다.마치 살기 좋은 마을의 주민들처럼 대문을 횔찍 열고 이웃이 다 친척인냥 살면 되는 이치 같은 게 아닐까, 그 이웃은 다 행복하고 뭔가를 잃을까봐 걱정하지 않고 잘사는 사람을 시기하지 않으니 얼마나 살기가 좋겠는가.꽃도 그와 마찬가지일 것 같다.만악에 진달래밭에 아키시아가 산다면 보이지 않는 땅 속에서 뿌리끼리 전투가 벌어져서 둘 중 한가지는 죽고 말겠지.아무리 약한 동물도 무리지어 다니면 강한 동물이 쉽게 잡아먹지 못하듯이 말이다. 그렇게 진달래는 군락을 이루는 곳일수록 더욱 아름답게 살아가고 꽃 피우는 것이라 생각한다. 꼭 가고 싶었고 보고 싶었던 걸 보고 났는데도 뭔가 허전하고 완성하지 못한 숙제 같은 것이 남은 채로 돌아온 기분이다. 아마도 향일암을 꼼꼼히 보지 못한 탓이리라 생각되어 다시 찾고 싶은 곳으로 남겨둔다.

 

향일 맘 일주문 격인 돌문이다

 

 

해수관음

 

지나다니는 길도 돌틈이다.

 

 

 

 

향일암 원통보전

금오산 끝자락 절벽 끝에 암자가 있다.

 

 

바다를 향해 헤엄쳐 들어가려는 형상인

거북의 머리에 해당하는 섬이 연결되어 있다.

원효 스님 좌선대

 

아래부터는 여수 영취산

 

 

 

 

 

 

 

 

 

 

 

 

 

 

 

 

 

 

 

 

 

흥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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