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보성 오봉산

반야화 2018. 9. 5. 16:57

코스:오봉산 주차장-용추교-도새등-조 새바 위-칼바위-오봉산-용추폭포-칼바위 주차장

 

폭염도 죽고, 폭풍도 죽고, 폭우도 죽고 인간을 괴롭히던 '폭'자가 들어간 것들이 다 죽고 나니 사람이 살게 되었네. 폭, 폭, 폭들이 극성을 부릴 때 복지부동하고 있던 몸을 일으켜 드디어 산으로 가는 문을 열었다. 문밖에는 살아남은 것들의 기세가 살아나 누른 잎은 다 털어버리고 녹음이 짙었던 시작되는 여름 같은 무성함이 무척이나 싱그럽게 보이는 날이다.

 

보성에는 녹차밭만 있는 줄 알았더니 보석 같은 작은 산 하나를 감추듯이 득량만을 만들어낸 절벽 한쪽 끝에 세워두었다는 걸 몰랐다. 깊이 들어가서 올라보니 정말 보석같이 아름다운 작지만 많은 걸 갖춘 산이었다. 먼저 오봉산 주차장에서 산으로 접어들면 오죽들이 터널을 이루는 길을 지난다. 전 날 비가 많이 왔는지 좁다란 길 위에 냇물처럼 산에서 물이 흘러내리고 조금 습한 기운이 있지만 바닷바람이 다 날려주는 산행하기에 아주 좋은 날씨다. 오랜만에 나왔는데 맛있는 바닷바람이 맞아주니 한 순간에 청아한 내면이 하늘빛 같다. 맑은 바람 타고 약 2~30분 올라서니 도새등일 것 같은 절벽 언덕에 올라선다. 짧게 올랐는데 그곳에서 바라보이는 풍경은 너무 평화롭고 아름다웠다. 일제강점기에 그들의 군량미를 조달하기 위해 만들었을 것 같은 득량만 간척지의 들판이 조각보처럼 잘 짜여 있고 폭자들이 할퀴고 지난 뒤에도 누운 자리 하나 보이지 않는 벼들이 풍년을 약속하는 듯하다."저 멋진 들판에 두 팔 벌리고 서 있는 허수아비가 되어도 좋겠다" 문득 그런 동심이 솟구칠 정도로 드넓은 평야에 내 정신적 창고가 포만하다.

 

넋 놓고 들판을 바라보다가 시작되는 능선을 따라 걷는데 왼쪽에는 다도해가 펼쳐져 있고 오른쪽엔 산줄기들이 흘러내린 가운데 자그마하게 보이는 해평저수지가 있다. 넓은 바다보다 더 수중한 생명수를 담고 있는 저수지가 일순간에 그만 비교의 눈에는 작은 연못만 해져 버린다. 바다와 산을 경계 지으며 걷는 절벽의 산을 걸어가는데 바위의 형태들이 다양한 얼굴상을 만들고 있다. 예쁜 미녀 얼굴, 야수 같은 거인 얼굴, 고릴라 얼굴 등이 돌출되어 있고 몇 개의 전망대를 더 지나면 청암마을이 보이는데 참 이쁘고 따사롭다. 계속 바다를 보면서 걷는 길인데 청암마을 전망대를 지나면 바다와 조금 떨어져서 산 쪽으로 향해서 들어가면 큰 오봉산이라고도 불리는 칼바위 가는 길이다. 길은 편안하고 바람은 시원하고 푸른 하늘에 흰구름, 초가을의 정취를 다 그려내고 있는 숲길 아늑한 곳에서 점심을 먹고 조금 내려서는 듯 깊이 들어가면 멀리서도 칼바위가 보인다.

 

어떤 형태든 거리와 위치에 따라서 다르게 보이는데 멀리에서 보이는 칼바위의 형태는 마치 긴 칼을 휘둘러 칠 때 휘이익 쇳소리를 내면서 휘어지는 그런 곡선으로 보인다. 저기에 거센 바람이 맴돌면 아마도 칼을 다루는 소리를 내는 그야말로 칼바람이 될 것 같다. 조금 더 가까이서 보기 위해 다가가니 모양이 다르게 보인다. 칼 같다기보다는 무대장치 같기고 하고 날렵하지도 않은 뭉툭한 모양이다. 칼바위를 받치고 있는 초석들이 어마어마하다. 거대한 암석이 갈라지고 포개지고 하면서 틈이 생기고 문이 생기고 그들이 차지하고 있는 자리가 또한 넓어서 그 속에 들어앉아 있으면 마냥 놀고 싶어 질 것 같았다. 칼바위를 지나쳐 조금 높이 올라가서 봐도 함께 서 있는 바위군이 멋지게 보인다.

 

다섯 개의 봉우리를 뚜렷하게 느껴지지 않는 봉우리를 지나면서 목적지인 오봉산으로 간다. 바다가 보이는 거의 일직선상의 절벽길을 지난 끝부분에 오봉산 표지석이 있고 여기서부터는 용추계곡을 향해서 아래로 내려간다. 비가 많이 왔으니 폭포가 장관일 것 같은 생각이 미리 든다. 땀을 많이 흘려서 갈증도 나고 얼굴에는 소금 부스러기가 만져지고 물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빨리 가려고 마음이 급해진다. 멀리에 폭포가 보인다. 보는 것만으로도 땀이 날아가는 듯한데 흰 포말이 벅차게 떨어지는 밑으로 가서 모두가 신발을 벗고 맑디맑은 물에 뜨거운 발을 담그는데 그 맛을 이제는 아무데서나 볼 수 없는 호사다. 벌컥벌컥 들이켤 수 없는 맑은 물을 내 갈증의 한계가 거꾸로 발끝에서 마구 몸속으로 빨아올린다. 그래서일까 한참 지나니 갈증도 해소되는 듯해서 떠나고 싶지 않은 물을 두고 모든 향유를 거두어 돌아가는 차에 올랐다. 초가을의 시작을 멋제게 했다.

오죽 터널 길

 

도새등에서 바라본 득량면 들판

해평저수지

오봉산엔 돌탑이 참 많다. 정교한 것도 있고 아마추어적인 엉성한 것도 있다.

그래서인지 바위틈에서 따르고 찬 바람이 올라오는 풍혈산이라고 한다.

조 새바 위의 다른 면은 거인의 얼굴을 닮았다.

조 새바 위, 돌이나 바위에 붙어 자라는 굴을 따고 속을 긁어내는 연장인 쪼새라고도 하는 호미같이 생긴 연장을 닮은 바위.

 

 

 

 

이쁜 얼굴바위, 여성적이다.

 

닭 이장 풀꽃(달개비꽃) 난 이 꽃이 너무 좋다.

짙은 남청색이 좋고 자세히 들여다보면 날개 같은 두 개의

꽃 이파리를 달고 꽃술은 나비의 더듬이 같이 생겼다.

이 꽃들이 걸는 내내 길가에 피어 있어 더욱 즐겁다.

 

고릴라 바위

층층 꽃

 

 

 

 

다도해의 섬들이 아름답다.

 

먼 거리에서 보이는 칼바위

 

칼바위 밑에 있는 여러 형태의 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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