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남한산성 설경

반야화 2020. 12. 13. 16:49

암울하던 시간 속에 절망의 꽃처럼 첫눈이 내렸다. 한나절 남한산성을 헤매다 돌아왔더니 마을에는 이미 눈이 다 녹아서 마치 한나절이 꿈결인가 싶었다.

도심에선 눈이 내려도 잘 쌓이지 않는다. 더구나 굳게 다져지지 않은 결정체 그대로 보일만큼 여린 첫눈이기에 예보를 믿고 잡았던 약속을 앞 당여 눈 오는 날 멀리 가지 못하고 남한산성으로 갔다. 귀한 눈인데 눈앞을 가리면 어떻고 보이는 게 없으면 어떠리, 그저 눈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것 같은 첫눈인데, 같은 마음을 가진 산행 친구 셋이 한마음으로 출발했는데 예상대로 눈이 내리는 중이어서 자욱한 안갯속 같고 눈발이 날려서 눈길만 보였다. 바람도 없고 포근해서 고이고이 성벽과 나뭇가지에 쌓여가고 있는 중이다. 남한산성에 여러 번 갔지만 눈이 온 후에는 성체 옥개석에만 하얗게 남아 있을 뿐 오늘처럼 성벽까지 하얗게 쌀가루를 채로 내린 것 같은 그림은 볼 수가 없었다. 너무 아름다운 성체를 하얗게 바라볼 수도 있고 그 아래서 눈길을 걷는 행복감이 너무 좋아서 오늘 하루의 행적에 온갖 의미를 부여하며 걸었다.

첫눈을 맞으며 부여한 의미는 여럿일 수밖에 없다. 가장 먼저 첫눈, 瑞雪,2020 겨울 첫 산행, 2020 송년산행, 이렇게 의미를 부여하며 조용히 걷다가 성 아래 옹성치가 있는 넓은 공터에서는 여러 마음을 뭉쳐서 눈밭을 어린아이처럼 함부로 뛰어놀기도 했다.

남문

 

제 2남문 옹성치로 내려가는 넓은 공터

 

 

남문으로 내려가면서 보는 측면의 설경이 너무 아름답다.

 
 

 

 

설중매가 아닌 설중 참꽃이 하얀 눈가루를 이고 있는 모습이 겨울 속에 봄이 들어있음을 미리 보여주는 듯하다.

 

 

 

 

 

 

제 2남 옹성치,치란 성벽으로 접근하는 적을 입체적으로 공격하기 위해서 설치한 시설인데 남문에서 동문가는 방향의 세개의 옹성 아래 설치되어 있다.성곽과 멀리 떨어져 있어 평소에는 바라만 보는 곳인데 처음으로 남한산성 성체 밖으로 걷다 보니 치가 있는 곳까지 내려갈 수 있었다.치 안에는 포를 설치하는 포구가 있고 크기는 성곽의 암문만큼 큼지막해서 비를 피할 수도 있고 바람을 피할 수도 있는 곳이었다.유일하게 눈밭이 된 곳을 내려가서 살펴보았다.

 

산성을 돌 때마다 성곽 안쪽으로만 걷다가 암문을 통해 성체 밖으로 나와서 걸었는데 역시 성체는 밖에서 봐야 멋이 있다.성돌 사이를 하얗게 메우고 성돌 하나하나를 백편을 쌓아둔 것 처럼 보이는 이 멋진 풍경을 놓치지 않고 볼 수 있어 행복한 시간이었다.
치로 들어가는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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