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note

단상

반야화 2024. 6. 18. 08:51

물속에도 황혼빛이 감돌고...

하루가 저무는 시간 때,
스스로 달아올라 불타던 태양이 제풀에 지쳐고 꺾여서 기운을 잃고  사그라들 즘이 가장 좋은 시간이다. 아침해처럼 너무 뜨겁지도, 너무 눈부시지도 않은 순한 빛줄기 아래 길을 걷다 보면 뜨거움에 지쳐 있던 나무들도 처진 잎을 고추 세우며 어슴푸레한 황혼을 나만큼이나 좋아하는 것 같다.

개망초, 잡초에도 급이 있다.
버려진 빈공터를 하얗게 장식한 개망초꽃밭, 길가에 터를 잡은 친구들이 예초기 칼끝에 스러져갈 때 맘 졸이며 지켜보던 망초들이 잡초였다면,  울타리 안의 망초는 화초가 된다. 망초들이 힘을 합쳤는지 다른 풀들은 무리 속에 끼어들어 꽃이 되지 못한다. 울타리 속의 망초는 얼마나 안전함을 느꼈을까, 마치 스스로 만든 정원처럼 안전하고 아름답게 한 살이를 살고 있는 망초, 울타리 안의 망초가 자유를 누리고 있는 이 순간은 잡초가 아니다. 꽃이다.

'living not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새벽달과의 랑데부  (0) 2024.06.25
용주사와 융건릉  (0) 2024.06.19
경기남부의 호수투어  (0) 2024.06.06
장미와 풀꽃  (0) 2024.05.23
구리 동구릉  (2) 2024.0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