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길 다녀온 여독을 달래며 차 한 잔 앞에 놓고 음악이 흐르는 창가 티테블에 앉아 밖을 보며 글을 쓴다. 검은 겨울이 눌러 있던 자리에 어느새 초록으로 빽빽하다. 창밖은 거친 봄바람이 구름 같은 송홧가루를 날리는데 창 안에 있는 나의 아침은 참 고요하다. 여행은 환상으로 시작된다. 목적지에 닿아야 하는 과정은 생각에도, 계획에도 빠져 있고 오직 목적지에 대한 환상만으로 떠나게 된다. 그러다 보니 여행을 다녀온 후에 비로소 여독으로 목적지에 이르는 여정이 얼마나 힘든지를 알게 된다. 여행사를 통해서 갈 때는 굳이 생각하지 않아도 되겠지만 가족여행은 운전을 하고 가는 시간이 힘든 게 보이고 내가 좋아하는 만큼 가족이 좋아할까 하는 것에 신경이 쓰인다. 몸만 힘들었던 나만의 여행보다 가족여행은 마음까지 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