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가진 것들은 다 "나 살아있다"라고 외치듯 꽃과 잎을 피워내는 봄은 참 활기찬 계절이다. 봄은 너무 짧아서 마치 봄을 상영하는 영화 한 편 보듯이 필름이 쭉 돌고나 버리면 끝이다. 그래서 봄은 마음도 몸도 괜히 바쁘다. 집에 있는 날도 마음은 밖을 배회하며 안정을 찾지 못한다. 그래도 몸에도 휴식할 시간을 줘야 하기 때문에 책을 붙들고 있지만 책장이 제자리를 맴돌며 넘어가지 않는다. 삼월 중순에 솜털 보송보송한 분홍색 노루귀를 보고 청노루귀가 보고 싶어 북한산으로 갔는데 길가에 지천으로 피던 그 많던 노루귀가 왜 다 없어졌는지 의문이 들었다. 너무 길가에 있는 장소 때문인지 누가 캐갔는지 자연적으로 죽어버렸는지 알 수 없지만 겨우 몇 포기만 보고 왔다. 그러나 애써 찾아간 게 헛 걸음은 아니었다. 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