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맞이 여행을 부산에서 시작한다. 부산에는 작은딸이 살고 있다. 멀리 있는 딸을 찾아간다는 것은 마치 키우던 화초를 분양해주고 나서 화초가 잘 크는지 꽃은 피는지를 살피러 가는 것 같다. 나를 떠난 화초는 내 꽃밭에 있을 때보다 더 튼실한 줄기에 무성한 잎을 달고 화사한 꽃을 피우며 만족하고 행복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다. 부산역에 내려섰더니 날씨는 지난여름의 뜨겁던 꼬리를 아직도 다 끊어내지 못하고 가을을 들여놓을 생각도 없어 보였다. 가을여행은 설악으로 먼저 갔었는데 반대로 가을이 끝나는 부산에 먼저 갔으니 내가 틀린 거지 부산은 여느 때와 다른 건 아니었을 것 같다. 딸이 있는 부산을 기점으로 그동안 미루기만 했던 통영과 거제를 돌아보고 가을산행의 대미인 영남알프스 중의 한 곳인 밀양 천황산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