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루귀는 이쁜 것이 권력이다. 노루귀 앞에서는 모두가 엎드렸다. 그 이쁘고 앙증맞은 작은 것 앞에서 무엇을 바라며 엎드려서 아부를 하는지 "제발 흔들리지 말아 다오"이렇게 애원하며 여린 권력을 어쩌지 못하고 있다. 그렇게 공들여 모셔오고 나면 그제야 봄이 온 걸 온몸으로 느끼게 된다. 인간 세는 병들어도 자연의 힘은 삶의 항체가 어떤 방해에도 다 당해내기 때문에 해마다 그 꽃자리에 찾아가면 언 땅 뚫고 쌓인 낙엽 헤치고 언제나 그 자리에서 검은 산천을 아름다움 한 점으로 봄의 시작을 알린다. 흙은 생명의 용광로 같다. 꽃피고 잎 피고 푸르던 온갖 생명을 하나의 흙으로 녹여 한해살이를 끝내는 것 같더니 그 차가운 흙에서 녹여졌던 모든 생명이 다시 솟구치는 걸 보면 신비 중에서도 가장 신비로운 것 같아 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