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겨울을 보내면서 멋진 설경 한 번쯤은 봐야 지루함을 심리적으로나마 단축시킬 수 있다. 그 멋진 설경을 보기 위해서는 덕유산으로 가야 실패할 확률이 낮다. 그리고 그 생각은 적중했다. 덕유산은 갈 때마다 속으로 하는 말이 있다. "이번이 마지막이야"라고. 왜냐하면 15분 걸리는 설천봉까지의 거리가 마치 15시간이 걸리는 것 같은 줄 서기 때문이다. 지난봄에 이탈리아 바티칸 대성당에 들어가기 위해 2시간 동안 줄을 섰는데 이번에도 그 버금가는 덕유산 정상을 향해 곤돌라 타기 위한 줄 서기가 한 시간 반 정도였다. 약 50미터짜리 끈을 네 번으로 접어야 할 정도로 지그제그로 사람의 선을 펼쳐놓고 있었다. 다행히 날씨가 따뜻해서 손발이 견딜 수 있었지만 며칠 전처럼 영하 10도 정도의 바람까지 심한 날이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