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note

여의도 둘레길

반야화 2023. 3. 20. 18:53

물이 있는 곳에서 봄색이 먼저 짙어질 것 같아 걷고 싶은 길을 여의도 길로 정했지만 가는 길이 만만찮다. 출근시간을 피하려고 약속시간을 늦게 잡지만 소용이 없었다. 더구나 9호선 급행을 타야 하는 노선이라면 걱정이 앞선다. 그래도 그 북적임이 싫지 않는 것은 일터로 가는 인파가 그만큼 많다는 좋은 징조로 생각하면 오히려 감사한 생각이 든다.

여의도 샛강역에서 출발해서 둘레가 8킬로인 여의도를 다 걷고도 공원에서  놀다가 봄물을 온몸에 흠뻑 적시고 돌아왔다. 여의도가 어떤 모양으로 섬의 형태를 띠고 있는지 궁금해서 무척 돌아보고 싶었는데 이름 그대로 샛강이 졸졸 흐르고  가느다란 개천에 한강 물줄기가 막힘이 없이 한바뀌 돌아서 다시 한강으로 나가는 형태를 유지하고 있어서 여의도란 지명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었다.

샛강의 넓은 하천부지는 습지공원으로 자연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었으며 새들의 낙원 같았다. 올림픽대로 쪽 길을 걷다 보면 그곳이 서울의 번화한 거리에 마천루가 쭉쭉 뻗어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시선을 돌리면 높은 건축물의 상부만 보이고 복잡한 거리의 모습이나 소음이 크지 않아서 한적한 시골길을 걷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반바퀴 돌아 샛강줄기가 끝나고 한강변을  끼고도는 길에 들어서면 묵직한 한강철교의 구조물에서부터 서울이라는 상징성이 뚜렷이 드러난다. 중간에 여의도 광장이었다가 공원이 된 여의도공원을 지나고 도심 쪽 길을 걸으면 익숙한 이름의 빌딩들이 늘어서 있어 한 번 쳐다보게 된다.

샛강습지공원에 봄이 한창일 때면 복잡한 도심 속에서 지친 심신을 쉬어가는 공간으로 아름다운 자연과 더불어 숲 속에 잠길 수 있는 좋은 곳으로 놀자리도 많고 부지가 넓어서 참 좋아 보였다. 그렇지만 내가 자주 찾을 곳은 못 되는 게 교통편이 너무 힘든다. 경기남부인 내가 사는 동네에는 걸을 수 있고 숲이 좋은 곳이 많기 때문에 굳이 복잡한 곳을 찾지 않아도 갈 곳이 많아 참 좋다. 우리는 친구끼리 "날마다 소풍"이라는 마음으로 함께 즐긴다.

보라색의 올림픽대로와 가느다랗게 실낱 같은 물줄기가 이어지는 것이 샛강이며 둘레의 초록색이 다 공원이다.

여의도공원의 봄

한강철교 아래로 유람선이 유유히 떠간다.

여기가 샛강 상류에서 들어온 물이 하류 쪽으로 돌아나가 다시 한강의 품으로 합쳐지는 곳이다.

직박구리가 진달래를 먹는지 물고 있는 순간을 포착할 때까지 바로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피하지도 않는 모습이 너무 이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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