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9일 인천을 출발해서 30일 새벽 1시 30분에 이스탄불에 도착했다. 새벽시간이어서 이동할 수 없어 긴 시간을 출발할 버스터미널에서 대기하다가 샤프란볼루로 가는 버스를 타고 6시간 만에 도착했다. 지명에서 연상되듯이 예전에는 샤프란 꽃이 온 대지를 뒤덮었다고 하는 유래가 있지만 현재는 꽃을 거의 볼 수 없었는데 그 꽃으로 만든 상품들은 많았다. 어디엔가는 아직도 꽃을 만날 수 있는지도 모르지만 다니면서는 볼 수가 없었다. 이곳에는 옛 가옥을 개조해서 만든 호텔이 많다. 그리고 언덕이 많아서 올라보면 아기자기한 풀꽃들이 피어 있고 시가지의 풍경이 한눈에 펼쳐져 보인다. 하얀 벽과 붉은 기와의 조화가 그림같이 아름답다. 흐드를륵 언덕에 올라서면 19세기의 묘석들이 있고 묘지의 주인공들이 잊히고 싶지 않다는 듯 봉분에는 "나를 잊지 말라"는 꽃말의 수선화들이 많이 피어 있다.
샤프란볼루 구시가인 요륙쿄이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마을이어서 더러는 허물어진 체로 주인과 함께 했을법한 포도넝쿨만이 살아서 아직도 잎을 피우며 빈 집을 감싸고 지키는 듯 자라고 있었다. 그 줄기에서 세월의 무게를 느낄 수 있었다. 오스만 시대의 집들이라고 하니 아직도 건재하다는 게 충분히 문화유산의 가치를 느낄 수 있었다. 일부다처제의 풍습 때문인지 그 옛날에 집은 거의 2,3층의 넓은 구조를 이루고 있었고 방의 개수가 많았으며 방마다 벽난로가 있었다는 듯이 지붕 위로 솟은 굴뚝의 개수도 많았다.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이어서 주택공간 내부를 전시도 하고 있다. 물론 입장료가 있다. 부잣집이 많았는지 공간 안은 아름다운 치장이 그대로 잘 보존되어 있고 붙박이로 긴 의자를 배치해서 편히 앉을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난 터키의 첫인상을 샤프란볼루에서 받아서 그런지 이곳이 참 정겹고 동네를 돌아보는 재미가 있었다.
개인적으론 터키 여행 한 달간 체류했지만 첫인상인 샤프란볼루에서의 3일간이 가장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는다. 마음속 고향 같은 아늑한 도시에 도시를 깨우는 아잔 소리로 시작되는 일정을 보내는 동안 고풍적인 마을과 가는 곳마다 파란 잔디에 피어난 소담한 꽃동산을 걸으면서 느꼈던 여유로운 시간들이 참 좋았다. 우리나라 봄을 떠나 터키의 봄을 맞는 이국의 봄, 진달래 개나리는 없었지만 아기자기한 여러 풀꽃들이 봄의 시작을 여는 것 같아 무척 정감 어린 봄동산을 걸닐었던 기억이 참 좋은 곳이다.
이곳에만 있는 목제 미나레 오스만 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