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5.23일
해마다 오월이면 경주로 간다. 인연 깊은 경주, 인연 깊은 오월, 그 인연 줄을 따라 그곳에 가면, 그리움은 늘 평행선이지만 오월의 경주는 평행선이 아닌 꼭짓점 같은 곳이다. 기다려 주고 반겨 주는 곳이어서 경주는 내게 친정 이상이다. 그리고 돌아서면 언제나 그리움과 이별하는 곳이기도 하다.
친구라는 말은 연령으로 맺어지는 관게가 아니라 그것을 초월한 친분과 신뢰로 서로에게 얼마나 필요한 사람 인가로 구분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경주는 볼일만 보고 돌아오기에는 아쉬운 곳이어서 이번에 한 친구에게 "경주에 같이 갈래"라는 딱 한마디에 선뜻 따라주는 고마운 친구들과 함께 가서 초파일을 맞아 봉사도 하고 산행도 하는 여행길이 되었다. 봉축행사 이틀 전에 가서 일도 열심히 하고 놀기도 열심히 놀았다. 열심히 논다는 건 이제는 돈을 버는 것 이상으로 보험 같은 것이다. 언젠가는 반드시 필요한 시점에 요긴하게 찾아 쓰는 근력을 저축하고 찢어진 날개를 접어야 할 때에 꺼내 보는 추억을 만드는 것이기에 노후대책이 되기 때문에 열심히 노는 것 참 중요한 때가 되었다.
열심히 봉사한 보상이라도 받는 것처럼 전 날 밤에 유난히 가뭄이 심하다는 경주에 단비가 흠뻑 내리고 구름 사이로 짙은 하늘색이 언뜻언뜻 드러나는 찬란한 아침이다. 바람은 시원하고 산천은 갓 세수한 처녀의 맨얼굴만큼이나 청초하고 푸르다.우리가 토함산으로 가는 날인데 최고의 선물이 되었다. 여자 셋이 풋바람 타고 불국사로 갔는데 20년이 넘은 세월에 불국사는 그대로인데 보는 눈의 척도는 높아져서 겉만 보는 게 아니라 역사성과 건축미까지 보는 깊이가 있는 나이에 찾아보는 불국사는 다르게 보였다. 빛바랜 전각의 단청과 섬세한 청운교 백운교와 연화교, 칠보교가 뜻하는 의미를 되새겨보는 마음으로 새롭게 보는 불국사는 위대했다.
석굴암을 여러번 봤지만 차로 오르지 않고 등산로로 토함산까지 가보는 게 이번 여행에 해보고 싶은 것이었다. 그러나 늦게 합류하는 한 사람을 오후에 불국사에서 만나다 보니 조금 늦은 감이 있어서 오를 때는 차를 타고 석굴암까지 올랐고 석굴암에서 위쪽으로 1.4킬로, 천천히 약 한 시간 정도 올라가면 토함산 정상이 나온다. 길은 맨발로 올라도 될 만큼 비단길이며 바위가 없는 야산을 산책하는 것 같았다. 처음 가 보는 토함산인데 해발 745미터가 낮은 산이 아니다. 토함산 정상에 섰을 때 겹쳐 보이는 산들이 겹겹이다. 그 많은 산들이 전 날 내린 비로 말끔히 단장하고 하늘에는 뭉게구름까지 띄워놓고 우리를 맞이해 주는 너무 아름다운 풍경에 매료되어 감탄 연발이었다.
토함산에서 인증을 하고 하산은 약 7킬로 정도 되는 거리를 소원대로 걸어서 내려오는데 나에게는 너무 편한 길이었지만 친구들은 좀 힘겨워했다.중간쯤에 유명한 오동 약수가 있다. 어느 스님이 이곳을 지나다가 오동나무 작대기로 바위를 젖혔더니 물이 솟았다 하여 오둥수인데 경주에서는 가장 좋고 유명한 약수다. 여기서 잠시 쉬어서 내려가니 탐방지원센터까지 약 1킬로 정도를 애기 단풍길이 터널을 이루고 있었는데 가을이면 너무 이쁜 단풍길일 것 같아서 벌써 가을을 예약해두었다. 세계문화유산인 석굴암을 품은 모체를 다녀오니 어떤 성취감이 느껴져서 부처님 오신 날의 의미 있는 여행이 되어서 너무 좋았다.
금선사에서 출발, 절 입구에 내걸었던 등을 다 비누칠을 해서 씻었다.
초파일을 맞아서 꽃등으로 장식한 백운교와 청운교,
대웅전으로 오르는 자하문과 연결된 다리이며 불교의 천상계인 삼십삼천을 의미하는
33개의 계단으로 이루어진 다리.청운교는 청년에서, 백운교 백발이 되어가는 인생을 의미하기도 한다고 한다.
연화교와 칠보교,극락전으로 오르는 안양문과 연결된 다리
석굴암 종각
석굴암
토함산 오르는 길
토함산 오동수
단풍나무 터널이 된 하산길
애 가단 풍길
청마 유치환 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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