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경주남산

반야화 2018. 5. 29. 17:09

2018.5.25일, 경주에서 6일째

경주는 수학여행의 성지같은 곳으로 이미지가 굳어져서 너무 익숙한 도시로 생각되어 별로 볼거리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전국에서 가장 깨끗하고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교통여건이 잘 갖추어진 작은 도시다. 어디든 멀어도 한 시간이면 다 갈 수 있다. 도시 전체가 국립공원인 곳이 딱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곳이기도 하다. 그중에도 남산은 산 전체에 불교유적이 산재해 있는 불국토이며 불교의 성지다. 누구나 한 번씩 가봤지만 오월의 남산이 가장 좋다. 코스가 다양하지만 비교적 쉽고 유적이 많은 포석정에서 시작해서 삼릉계곡으로 내려오는 코스를 간다.

 

짧은 코스라는 걸 알고 가는 길이어서 우리는 아주 천천히 걸었다.길섶에 있는 산의 식구들을 그려놓은 안내판을 다 공부하면서 간다. 그러다 보니 왕복 약 3시간이면 되는 곳을 6시간 동안 남산에서 놀았다. 산은 푸르러 초록물이 떨어질 듯하고 길은 편해서 동네 같고 좋은 친구 옆에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은 여행이 어디 있으랴,

 

포석정에서 팔부능선까지 오르면 시부모님 산소가 있다. 사월에 가족끼리 다녀오고 다시 친구들과 정상으로 가는 길 왼쪽으로 잠시 들어가면 산소가 있다.산소에서 우리는 가져간 먹을거리를 다 꺼내서 상석 위에 올리고 술 대신 물 한 잔 올리고 인사를 드렸다. 부모님도 참 좋아하셨으리라 생각된다."그래, 너 잘한다."라고 하지 않았을까, 산소 앞에서 간식을 먹고 금오정으로 올라가서 경주 들판과 마을을 조망하고 점심도 먹고 쉬어가는데`금오정`이란 한자로 쓰인 鰲(오) 자를 무슨 오자인지 찾는데도 한참 시간을 보냈다. 큰 자라 오자인 걸 확인하고 금오봉으로 다시 오른다.

 

포석정에서 시작되는 남산순환로가 끝나는 지점에서 왼쪽으로 접어들면 찰각정터가 나온다. 정자가 있기에 딱 적합한 장소에 있었을 좋은 곳에 터만 남았는데 팔각정의 초석이 아주 아름답게 잘 남겨져 있는데 햇빛에 돌이 달구어져서 우리는 그 위에 드러누워 며칠 째 걸어서 지친 몸을 요가로 풀고 등 찜질을 하는 것도 무척 재미있었다. 사람이 없는 곳에서 우리는 완전 동심으로 돌아가서 언행이 다 재미있고 즐거운 시간이다. 몸도 풀고 다시 오른쪽 나무계단을 오르면 떼죽 향기가 너무 좋다. 향기 따라가다 보니 드디어 금오봉이 나오고 백대 명산인 곳이어서 야단스럽게 인증을 하는 것도 재미였다.

 

이제 하산길인데 내려가는 삼릉계곡엔 유적이 많다.대표적인 상선암 마애불은 몇 년째 올 때마다 낙석위험 때문에 보수공사를 한다고 구조물이 설치되어 있어서 제대로 볼 수 없었는데 이번엔 다 철거를 해서 멀리서나마 말끔히 볼 수 있어서 보람 있었다. 여러 불상들을 살피면서 삼릉에 거의 다 갔을 때 산기슭 길가에 두상 없는 불상이지만 아직도 기가 살아있을 것 같은 석가여래좌상이 있다. 난 이 불상을 보면 부처님 십 대 제자 중에서 설법 제일인 부르나 존 자가 떠오른다. 석가모니 당시에 부르나 존 자가 고향인 수나아파란타에 불법을 전하러 가겠다고 부처님께 허락을 구하니 부처님은 허락하기 전에 하시는 말씀과 존자의 명 대답이 있다.

 

부처님: 그곳의 사람들은 무척 사납고 흉악하다.그들이 대중의 면전에서 말로써 비방하면 어떻게 할 거냐고 물었다.

부르나: 때리지 않은 것 만으로 그곳 사람들은 좋은 사람들이라고 감사하게 생각하겠습니다.

부처님: 나무나 돌로 때리면 어떻게 할것이냐?

부르나: 칼을 가지고 상해하지 않는 것만으로 좋은 사람들로 생각하고 감사하게 생각하겠습니다.

부처님: 칼로써 그대의 한쪽 팔을 베면 어떻게 할 것이냐?

부르나: 한쪽이 남아 있으니 감사하게 생각하겠습니다.

부처님: 칼로써 그대를 죽이면 어떨게 할 것이냐?

부르나: 그곳 사람들은 사는 것이 고통이어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있다고 하는데 그런 번거로움 없이 죽을 수 있으니 감사하게 생각하겠습니다.

이렇게 해서 결국 부처님께서 불법을 전하러 가는 걸 허락했다고 하니 남산 기슭에 머리와 팔을 다 잃고도 천년을 지키고 있는 불상을 보면 기가 넘쳐 보이고 몸체에 정신이 깃들어 보인다. 남산을 다 돌고 나면 왠지 성불한 느낌이 들고 업력이 사라지는 가뿐한 기분이 들게 된다.

 

마지막으로 삼릉에 들어서는 곳부터 소나무가 꽉 들어찬 솔밭이 너무 좋고 능 주변에는 서 있는 모든 소나무가 작품 같은 멋이 있어서 사진작가들이 즐겨 찾는 곳이기도 해서 우리도 남의 시선 없는 우리들만의 장소에서 그 일대를 즐겼다. 그리고 나이를 잊고 잠재된 동심이 다 뛰쳐나와서 뛰어놀았다.

 

 

정상으로 가는 길에서 350미터를 오른쪽으로 들어가야 되는 곳이어서

이번에 처음으로 가봤다. 고요하고 아늑한 절이었다.

부흥사

등산길에 남산에 계시는 우리 시부모님 산소에서

가져간 음식을 다 꺼내놓고 인사를 하고 올라간다.

성묘는 4월에 했지만 친구들과 다시 가니 너무 기분이 좋았다.

 

 

 

남산 금오정

 

남산 팔각정 터가 햇빛에 뜨겁게 달구어져 요가를 하고 허리를 지졌다.

 

정상으로 인정되는 금오봉.

피카소의 화법을 닮은 이미지가 있다.

자연이 만든 조각품인데 금방 떠오르는 두 얼굴의 측면이

크기조차 남녀가 뚜렷한 바위. 경주 남산 상선암 마애불을 조망하는 곳에 당간지주처럼 서 있는  바위의 한쪽.

놀라운 자연작품이다.

 

 

마애 석가여래좌상

마애불 바로 앞에는 출입을 금지해서 바둑바위를 지나 산세가 가장 멋진 곳,

여기서 상선암 마애불을 멀리서 조망하게 되었지만 모르고 지나칠 수도 있다.

경주에서 석굴암 불상 다음으로 높이 평가받는 상선암 마애불인데

두상 부분 바위를 깎아내고 입체적으로 조각한 작품이다. 크기도 석굴암

불상 버금가는 남산에서 꼭 봐야 하는 불교유적이다.

 

상선암에 누워 있는 하반신만 남은 입상인데 1900년대로 추정되는 불상,

어디에선가 굴러온 듯하다고 한다.

떼죽 배

 

 

위의 그림이 아래의 현존하는 선각육존불의 희미한 선각

 

 

설법제일 부르나 존 자 같은 부처상,

남산을 다 뒤져도 아직도 찾지 못한 석가여래의 두상 없는 좌상

일본이 훼손했다고 알려진 석불인데 두상을 어디에 묻었는지 찾지 못했다니 안타깝다.

 

 

삼릉 솔밭길

 

삼릉, 능 둘레의 소나무들이 다 능을 향해 배 읍하고 있는 모습.

 

 

삼릉 가까이 있는 경애왕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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