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 이쁜 아가가 생기면 육아일기를 잘 쓰고 싶었다. 그러나 헛된 바람을 뒤로하고 어느 날 아기 대신에 강아지를 안겨준 딸이, 엄마를 위해서라나. 엄마의 시간을 뺏고 싶지 않다는 핑계를 다 알면서도 어쩔 수 없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처음으로 강아지를 키우면서 공부도 하고 잘 키우기 위해 최선을 다 해주고 있는 시간이 어느새 십 년이 되었다.
까만색의 강아지를 안고 보니 윤기 나는 어린것이 보석처럼 이쁘다고 이름을 루비로 지어놓고 불러주니 금방 자기 이름인 줄 아는 것도 신기했고, 조그마한 응가를 내놓을 때도 신기했고, 대소변을 잘 가리는 것도 너무 신기했다. 아침마다 휴지 한 뭉터기를 다 풀어놓아도 이쁜 짓이라고 좋아했던 루비, 처음으로 산책을 하던 날 무섭다고 주저앉아 있는 강아지를 따라 어른 셋이서 조그마한 강아지 한 마리를 졸졸 따라다니며 산책을 시키던 일이 엊그제 같은데 루비한테도 세월이 너무 빠른 것 같아 야속한 가운데 이제는 조금씩 병원행이 잦아지고 있어 너무 걱정도 된다.
강아지를 키우는 것도 아이를 처음 키울 때와 똑같이 모르는 게 너무 많았고 성장과정을 지켜보는 재미 또한 아기와 다르지 않았다. 우리 가족은 말 못 하는 루비를 위해 좋은 거 다 해주고, 맛있는 거 다 먹여주고, 여행도 가고 하지만 알고 보니 그 모든 것보다 루비는 자기 집 주변의 냄새를 가장 좋아하고 가족이 다 같이 있기만 하면 그게 제일 좋아하는 거였다. 그런 루비의 생각은 뒤로하고 우리가 좋아서 여행도 데리고 다니고 이쁘게 꾸미고 사계절의 특징 앞에서 수없이 사진을 찍으며 추억을 남기고 있다. 우리 가족 폰 속의 앨범은 전체가 까말 정도로 루비사진으로 가득 차 있다.
다른 강아지에 비하면 말썽 부리는 게 하나도 없다. 불리불안도 없고 자기의 장난감이 아닌 것은 절대 건드리지 않고 저지레를 하지 않아 너무 착한 루비다. 천둥번개가 심한 여름에는 너무 무서워하고 온몸을 떠는 게 가장 문제여서 여름에 일기예보를 보고 천둥이 치는 날은 식구 중 누군가는 집에 있어야 된다. 또 한가지 문제는 차 타는 걸 싫어하고 많이 떠는편인데 그러면서도 식구들이 외출하면 같이 간다고 너무 좋아하는 우리 루비의 이쁜 짓은 끝이 없다. 앞으로 루비에게 바라는 건 건강하게 우리 곁에 오래 있어주면 좋겠다고 바라는 마음 뿐이다.
어릴 때의 모습. 강아지도 어릴 때는 어린 티가 난다.
루비의 사계 중 봄나들이
떨어진 벚꽃 잎 위로 워킹
꽃을 보라고 하면 꽃 속에 있는 벌을 쫓지만 루비도 꽃을 좋아할 거라 생각하며 사진을 찍는다.
루비의 여름, 물속에서 웃고 있네.
루비의 가을산책
발리 시리다고 한쪽 발을 번갈아 들고 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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