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금대봉과 대덕산

반야화 2015. 7. 1. 13:27

코스:두문동재-금대봉-고목나무 샘-분주령-대덕산-검룡소-검룡소 주차장

 

태백산맥에 있는 금대봉과 대덕산에 가는 날이다. 이곳은 자연생태 보호지역이기 때문에 탐방이 까다로운 곳이어서 미리 신청하고 인원을 제한적으로 출입시키는 곳이다. 그만큼 보전해야 할 가치가 있는 산이기 때문이다. 계절마다 야생화가 많이 피고 계곡에는 특이 어종과 수서곤충(물속에서 사는 곤충)이 많고 특정 식물과 다양한 조류 등이 서식하는 곳이라고 하는데 무엇보다도 한강의 발원지인 검룡소가 있는 곳이어서 더욱 잘 보존해야 하는 곳인 것 같다.

 

금대봉은 1418미터의 높이지만 두문동재까지 1200미터를 차로 오르는 곳이어서 금대봉의 높이는 오를 때는 느끼지 못하는 곳이다. 태백산맥에는 거의가 1000미터가 넘는 산들이 둘러치고 있어서 맑은 날이면 어디서든 장대한 원경을 즐기는 곳인데 어제는 날씨가 맑지 못해서 아쉬움이 많았다.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었지만 다행히 오전에는 걷기에 좋은 구름만 있더니 예보대로 점심 후에는 비가 왔다.

 

생태보전지역이란 말만 들어도 잘 가꾸어진 환경이 연상되어서 가슴 뛰는 일인데 입구에 들어서니 첫인상부터가 달랐다. 먼저 수목이 우거진 기름진 잎새들이 내뿜는 청량제 같은 공기를 흡입하게 한다. 단전까지 깊숙이 처녀 공기를 채우고 안으로 들어서니 주종인듯한 범의 꼬리풀이 한창 꽃무리를 지어서 야생화 군락지임을 직감케 한다. 이맘때 어느 산에서 나 볼 수 있는 꽃이지만 그 꽃무리는 약이 오른 범이 꼬리를 치켜들고 호령을 하는 듯 하늘을 향해 꼿꼿이 세우고 있는 군락이어서 더욱 멋있었다. 계절에 따라서 더 많은 야생화가 있겠지만 한꺼번에 다양하게 볼 수 없으니 제대로 다 보려면 사계절을 찾아가야 될 것 같았다. 유월의 야생화를 관찰하면서 금대봉까지 힘들지 않게 금방 올라서면 고목나무 샘으로 내리막 길이 이어진다.

 

산을 많이 찾아다니지만 가는 곳에 따라 산세가 수려해서 넋을 놓고 좋아할 때도 있지만 여기는 산세는 완만한데 난 그 높은 곳에 펼쳐져 있는 산길이 참 좋았다. 금대봉에서 대덕산까지 가는 길은 보존이 잘 된 산이어서 좁다란 길 외에는 마치 파란 잔디로 깔린 듯 흙바닥이 보이지 않는다. 그 파란 잔 뒤 밭 같은 풀밭 위에는 빨간 수를 놓은 듯이 산딸기들이 점점이 붉어 있다. 초입에는 관목들이 많지만 더 깊이 들어가면 쭉쭉 뻗은 낙엽송들의 교목들이 줄지어 서 있어서 운치를 더해준다. 그리고 사람들이 자유롭게 다녔다면 한 잎도 남기지 않았을 취나물들이 길가에도 보란 듯이 우산만 한 잎을 여러 겹으로 달고 꽃대까지 맘 놓고 드러내고 있었다. 향이 강한 취는 보통의 산에선 꽃까지 피우려면 아마도 숨어서 향을 죽이고 있어야 살아남을 만큼 사람한테는 가장 좋은 먹거리다.

 

점심까지는 무사히 먹고 분주령으로 가는데 비가 온다. 보슬비가 아니라 제법 소나기 흉내를 내는 비다. 지나는 길이 맑은 날이면 아주 아름다운 길인데 그 운치를 살필 겨를이 없다. 대덕산에 도착했을 때는 운무에 쌓여서 겨우 일행들만 보릴 뿐 주위에 아무것도 볼 수가 없어서 언젠가 다시 와야겠다고 생각하며 하산하는데 산 흙이 매끄러운 진흙이어서 물과 범벅이 되니까 마치 머드팩용 흙 같아서 속수무책으로 미끄러졌다. 엉망이 되었을 것 같지만 살피지도 못하고 그 길을 무사히 빠져나가려고 스틱에 의지해 눈길보다 더 힘들게 내려가니까 그제야 부엽토여서 다행히 미끄럽지 않았고 한참 내려가니까 물이 흐르고 있어서 대충 손수건에 물을 적셔서 흙을 닦았다. 낭떠러지였으면 큰일 날 뻔한 길이었다.

 

산을 거의 다 내려왔을 때 계곡을 건너 조금 올라가면 검룡소가 있다. 어느 강이 든 발원지는 너무 소중해서 꼭 보고 싶은 곳이다. 더구나 우리나라의 수도를 관통하는 그 큰 줄기의 한강이라니.........

검룡소 앞에 섰을 때 수면으로 용출수가 솟으면서 작은 파문이 이는 걸 보는 순간 찡한 감동이 밀려왔다. 작은 샘 같은 곳에서 큰 강을 이루고 바다로 가는 여정의 시작을 본다는 것이 어찌 아무렇지도 않을 수가 있으랴! 내 마음의 파문도 수면과 같았다.`큰 것 속에 작은 것이 있고, 작은 것 속에 큰 것이 있다`는 인드라망의 고리 속의 일부를 본다. 작은 샘에는 큰 한강이 있고 큰 한강 속에는 작은 곰룡소가 있다는 것을. 그리고 태백산이 어머니의 산이듯이 강을 낳는 또한 어머이시다. 검룡소 물줄기가 서울 한복판 한강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역사를 보았겠는가, 한강의 기적이며 조선시대 을사년 대홍수도 봤을 것이고 오늘에 이르러 수많은 한강의 다리가 놓여 무지갯빛 춤을 추는 황홀한 야경까지 보고 있으니

그러나 강은 말없이 유유히 순리대로 흘러가고 있을 뿐이다.

 

산행을 하다 보면 백두대간에 발을 들여놓을 때나 강의 발원지를 볼 때는 우리나라 국토 순례를 하는 것과 같고 내발로 금수강산의 줄기에 족적을 남긴다는 생각에 언제나 가슴 뭉클한 기록으로 남는다.

 

 

 

 

범의 꼬리풀 꽃

 

 

 

터리풀 꽃

 

고목나무 샘,여기서 검룡소로 모여드는 한강의 발원지

 

 

여인의 꽃

 

 

 

 

 

 

 

 

 

대덕산 정상, 아무것도 안 보인다.

하늘 나리꽃

 

 

 

 

(한강 발원지) 검룡소의 용출수와,용트림 폭포

 

 

여기서부터 한강까지의,여정이 시작되는 모습

 

​검룡소 기념비

용이 여의주를 물고 물줄기를 내뿜는 형상과 물방울 모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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