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춥고 길게 느껴지는 겨울이다.
집에 있는 시간이 길면 겨울도 길다. 그렇다고 바깥에서 시간을 보내기도 마땅찮아 실내에서 즐길만한 것이 바로 문화를 즐기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미술관으로 모여드는 것 같았다. 딸과 함께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으로 가서 이건희컬렉션을 보고 다음날은 삼청동에 있는 국립현대미술관 1 전시실에서 이건희컬렉션,이중섭 미술을 봤다.
이 특별전시회의 주제는 모네와 피카소, 파리의 아름다운 순간들이다. 2021년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된 이건희컬렉션에 포한된 마르크 샤갈, 살바도르 달리, 카미유 피사로, 클로드 모네, 폴 고갱, 피에르 오귀스트르누아르, 호안 미로의회화 7점과 파블로 피카소의 도자 90점을 소개하는 전시회다. 이들은 미술중심였던 파리에서 스승과 제자, 선배와 후배, 혹은 동료로 만나 서로의 성장을 응원해 주며 20세기 서양미술사의 흐름을 함께 만들어간 거장들이다. 파리의 아름다운 순간들을 통해 거장들이 서로에게 표현한 우정과 존경의 감정으로 관계를 만들어 갔다고 하는 것이 주제여서 감상하면서도 연관성을 찾아보려고 애쓰면서 봤다.
현지 미술관에 가지 않고도 주제를 스토리로 만들 수 있는 인상파 초기 작품과 화풍이 점차로 발전해 가는 작품까지 볼 수 있었다.
미술관 뒤로 청계산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마르크 샤갈의 결혼 꽃다발
호안 미로의 회화
클로드 모네의 수선이 있는 연못
살바도르 달리의 켄타우로스(반인반마종족) 가족, 달리의 초현실주의 미술의 특징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그리스 신화의 켄타우로스 종족은 자궁과 유사하면서도 언제든지 자궁 안으로 들어갈 수도 있는 육아낭을 가지고 있어서 정신분석학에 심취한 살바도르는 꿈과 무의식, 정신착란의 상태에서 본 기이한 풍경들을 사실적으로 그린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염소머리, 피카소가 도자기에 그린 작품이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는데 진품을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고 작품마다 진기한 것들이어서 볼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얼굴들
투우
카미유 피사로의 곡물시장
폴 고갱의 센강변의 크레인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노란 모자에 빨간 치마를 입은 앙드레(독서)
이건희 회장에게 기증받은 작품이 총 1488점이라고 하는데 이 중에서 이중섭 작품 90점을 전시하고 있었다. 이 귀한 작품들을 볼 수 있게 기증해 준 것에 감사하며 이 모든 작품들이 이제는 대한민국에 있는 유산이라는 게 자랑스러웠다.
가족과 영원한 행복을 꿈꾸던 작가, 결국 행복은 찾아오지 않은 채 세상을 등진 안타까운 비운의 이중섭. 제주에 있는 이중섭미술관에서도 보았지만 거기에서 보지 못했던 작품도 많았다. 이중섭 작품을 보면 구성이 너무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고 꽉 차 있는, 빈틈없는 공간이 마치 가족으로 온마음을 채우고 있는 것이 드러난 것처럼 보인다. 함부로 그어놓은 선처럼 보이는 것도 있지만 거기에도 다 표정이 살아 있다. 전시 후 밖에 나왔을 때 겨울나무 한 그루의 잔가지의 어울림까지 이중섭의 작품으로 착각될 만큼 심취해서 감상을 했다.
전시장 밖 길에서 본 보호수, 회화나뭇가지의 아름다운 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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