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경주에서 북한산까지

반야화 2018. 4. 16. 11:58

봄은 게으를 사람 곁에는 머물러주지 않는다.

사월초반부터 국토 아래위를 뛰어다니며 봄을 쫓다보니 게으리지 않아도 달아나는 봄을 따라가기 힘든다.일주일에 3개의 산을 오르며 근래들어 체력과시를 시험하는건지 경주남산을 다녀와 이튿날 아침에 경주 선도산을 오르고 오후에 집으로 와서 또 이튿날 북한산을 갔는데 이산저산 다 봄의 화신이 내려앉아 교태의 몸짓을 한다.살아 있다면,사람이라면 그 유혹에 매혹당하지 않을 자 누가 있으랴!

 

요즘은 무리를 하거나 위험한 곳엔 가지말라고 식구들한테 늘 제지를 당한다.여행을 다녀와서 쉬지 않고 또 등산을 한다면 분명 나무랄 것 같아서 다 출근한 다음 강아지한테 미안하지만 또 혼자 두고 "엄마한테 이르지마" 하고 식구 몰래 출근과 퇴근 사이를 살짝 다녀올만한 곳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한 곳을 찾다 보니 북한산 영봉이었다.영봉은 우이분소에서 출발해서 하루재,영봉,육모정고개를 거쳐 우이역쪽으로 내려오는 비교적 짧은 코스여서 감쪽같이 하룻봄을 즐기고 와 피곤한 기색을 감추고 일찍 방문을 닫고 하루를 닫아버렸다.

 

영봉은 눈에 띄는 우뚝한 봉우리는 아니지만 그 자리에 서면 인수봉이 너무 잘 생겨 보이고 인수봉 들러리같이 양 옆으로 봉우리를 받치고 흘러내린 산자락이 한 눈에 보이는 일대 장관을 볼 수 있는 곳이다.그리고 돌아서면 도봉산 오봉과 만경봉 일대가 다 보이고 사방의 조망이 멋진 곳이다.오봉은 위치에 따라서 4개의 봉우리만 보이는데 육모정고개 쪽으로 하산하면 오봉 중에 약간 내려선 4봉이 뚜렷이 보인다.그래서 다른 위치에서 볼 때 사람들은 한 줄에 서 있는 다른 것을 오봉에 끼워넣는 착각을 하기도 한다.

 

육모정고개에서 내려서면 용덕사로 가는 계곡길에 진달래가 활짝 피어 있고 파릇한 어린싹들과 어울려 색의 탄생을 보는 듯한 맛을 느낀다.그 아름다운 계곡 끝에는 처음 보는 용덕사가 있었다. 길에서 보면 다른 사찰과 다를바 없어 보이는데 안으로 들어서니 석굴법당과 석굴 산신각이 있는데 그 안을 들여다보면 넓직하고 아늑한 공간을 내어준 자연의 배려가 참 신기하기도 하다. 그리고 새로 개축한 대웅전을 잠시 들여다보니 나무향이 얼마나 좋은지 법당 안에 잠시 앉아만 있어도 사바의 찌든때가 다 정화가 되고 천상의 향이 베어들 것 같았다.그리고 더 놀라운 것은 뒤에서 보면 산만한 바위덩어리가 그냥 돌이 아니라 부처가 들어 있는 작은 불국의 형태였다.앞으로 다가가니 그 큰 바윗덩어리에 충만한 부처의 기운을 밖으로 드러내어 완벽한 형상으로 자애로운 마애불로 환생하신 듯하고 옷주름이며 형태를 만들어가는 모든 선들이 아주 섬세하면서도 또렷한 새김이 돋보이는 보기드문 마애불을 보니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건너편 개울가에는 귀면같은 얼굴상도 있었으며 옛날 석굴은 아직도 법당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는데 점잖은 삽살개가 그 앞을 지키며 마치 불공드리는 스님 같아 보였다.

먼지 섞인 봄이지만 봄은 직분에 충실한 꽃을 가득 담고 있었다.

 

차창으로 보는 경주의 벚나무 가로수

 

선도산에서 보는 경주의 형산강 줄기,

울산에서 발원하여 경주를 거쳐 영일만으로 흘러드는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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