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사는 줄 알았다.
산천의 숲이 산을 꽉 채우고 녹음이 우거졌을 때는 마냥 싱싱하게 잘 살아간다고만 보았다. 그런데 이제 훌훌 벗어던진 나목들의 겨울 숲을 들여다보니 잘 사는 것만은 아니었다.
주어진 여권 속에서 벗어나지 못한 나무들은 서로 부대끼며 바람이 흔들면 흔들리는 대로 살아내고 혹한, 혹서도 견디어내야 했던 나무들, 가지를 뻗을 자리다툼도 했을 것 같고 이웃 나무들이 이리저리 틈새를 비집고 가지를 뻗으며 소리 없는 다툼으로 견디어냈을 나무들의 생존경쟁이 치열했을 것으로 보였다.
여러 잡목 속에 사는 덩굴들은 닥치는 대로 남의 몸을 휘감으며 괴롭혔을 텐데 피하지 못해 받아들인 나무의 몸에는 움푹움푹 패인 자국도 보인다. 그리고 사이좋은 나무는 사랑한다며 남의 가지에다 떡하니 팔을 걸기도 하고 그렇게 얽히고설킨 것이 드리나는 겨울 숲의 애환을 보니 삶이란 생명 있는 모든 것의 고해이며 쉽게 살아지는 것이 없다는 걸 본다.
숲에는 독불장군도 있다.군락을 이루지 못한 잡목 사이에 뿌리내린 낙엽송은 몸체를 쭉쭉 뻗으면서 아무도 나의 앞길을 막지 말라는 듯 굽히지 않고 큰 몸체에다 송침을 길러내어 홀로 거침없이 자라고 있는 겨울나기를 보면서 산길을 걷는 것이 겨울 산길의 묘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