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거꾸로 보는 세상

반야화 2009. 9. 1. 22:32

 도봉산 산행 중에서

 

살다 보니 가끔은 이기적인 행동도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 보는 하루였다. 바로 뒤에 북한산을 두고 한 시간 반을 가야 하는 도봉산은 참 힘들었다. 모처럼 동행하는 친구의 편의를 위해 그렇게 결정하고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오늘 얼마나 일들이 꼬였는지 너무 힘든 후에야 느낀 것은, 용감하게 북한산으로 와, 하는 한 마디만 했으면 그렇게 될 수도 있는데 왜 그렇게 난 배짱이 부족한지.

 

몇 주 만에 하는 산행이 힘들었지만 날씨가 맑고 하늘이 푸르러서 어지러웠던 기분을 진정시켜 주었고 오랜만에 수다도 떨면서 즐거운 한 때를 보내다가 혼자 잠시 일어나 거울을 보는데 그 속에 산이 거꾸로 들어차 있는 걸 우연히 발견하고 그래서 세상을 거꾸로 보는 방법으로 사진을 찍어보았다. 아름다운 산천은 거꾸로 봐도 역시 그 모습 그대로여서 힘들게 찾아올 만하다고 생각했다. 우주에서 보면 공 같은 지구에 다 거꾸로 붙어 살고 있는 것 같이 보일 텐데 신비하게도 우리는 지구를 딛고 바르게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거지. 작은 것에 큰 것을 다 담고 나니 내 작은 두 눈에 천지를 담은 거와 흡사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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