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1 5

좋은날

봄속에도 겨울이 있듯이 겨울 속에도 봄이 있는 그런 날이다. 이렇게 좋은 날은 하루가 지나가는 것이 아까워서 길게 늘여 쓰고 싶은데 무엇을 해야 가장 잘 쓰는 것일까? 생각 끝에 이끌려 밖으로 나간다. 맑은 하늘을 끝없이 바라보며 걷고 싶어 물이 있는 수변공원으로 갔더니 너무 좋구나. 맑은 공기, 푸른 하늘, 따스한 온기, 나무랄 데 없는 겨울 속의 봄이다.하늘은 물속에 잠기고 물은 하늘 위를 흐른다. 저 물속으로 걸어 들어가면 하늘에 닿을까.물속의 신기루 같은 그림 속에 잠기고 싶다.하늘을 유명하는 원앙고요히 드넓은 하늘을 담아내고 있는 얕은 하천이 하늘만큼 깊어 보이네.

living note 2025.01.25

겨울 광교산

겨울 기온은 고르지 못해서 날 잡는 것부터가 산행의 시작인데 오늘도 너무 좋은 날을 잡았다. 매번 정해진 날자가 아니라 각자의 여건을 고려해서 이왕이면 다 같이 할 수 있는 시간을 잡지만 여행철이 되면 꼭 한 명은 빠지는 날이 있다. 그러므로 겨울 동안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싶다.어느 해는 광교산만 가다가 작년에는 한 번도 찾지 않았다. 연초에 산문을 열었으니 올해는 광교산행이 많을지도 모른다.상현역 3번 출구에서 아파트 단지를 통과해서 중앙공원 속으로 들어가는데 간밤에 내린 빗물인지 눈 녹은 물인지 나목의 실가지에 은방울이 조롱조롱한 것이 빛을 받아 반짝이는 이쁜 모습에 벌써 파져든다.편안한 산길이 펼쳐져 있는 광교산 대부분에 눈이 없는데 우리가 가는 길에만 눈이 남아 있는 건 마지 하얀 ..

등산 2025.01.14

2025년 트레킹 스타트(청계산)

지난날의 아름다웠던 사계의 추억은 하얀 백지 같은 눈으로 덮어두고 새롭게 한 해를 시작하라는 듯 2025년 첫출발에 산은 고운 눈길을 내주어서 축하받은 기분으로 길을 오른다.트레킹을 이어가다 보면 때로는 험한 코스를 만나기도 하니까 스타트는 산꾼들이 시산제를 올리듯 우리도 안전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청계산 눈길을 걸었다.가끔씩 친구들과 모여 앉아 눈 속에 묻어 두었던 백지장을 들치면 지난날의 추억들이 순서도 없이 다투어 나온다. 그렇다 보니 살아가는 이야기보다 어디서 무엇을 봤고 어디로 가면 무엇이 있는지 계획을 세우는 것이 즐겁다. 누군가와 같은 추억을 함께 이야기하며 추억을 공유한다는 건 참으로 즐거운 시간이며 헌신적이던 의무에서 벗어난 우리들한테는 꼭 필요한 만남의 시간이 되어준다.지금은 산이 품고 ..

등산 2025.01.07

눈내리는 날의 탄천 단상

눈 오는 날의 산책은 더욱 여유롭다.하얀 바탕에 검은 동체 같은 내가 눈길을 걷는다. 동네 한 바뀌 돌아 눈길 걷기에 제격인 수변공원이 있는 탄천으로 나아갔다. 두 손은 호주머니 속으로 들어가고 스칠 사람도 없는 조용한 길을 걷는데 새로 조성된 탄천 산책길을 중심으로 한쪽에는 탄천 물이 흐르고 , 다른 쪽에는 속도를 경쟁하듯 고속도로 위로 차가 흐른다.고속도로와 물줄기는 닮은 점이 있다. 딱딱함과 부드러움의 성질은 다르지만 둘은 잠들지 않는 것도 닮았고 끊임없이 소리를 내며 흐르는 것도 닮았는데 경쟁하듯 밤낮없이 흘러서 도달하는 종착지만 다르다. 물길은 바다에 이르는 것이 종착지고 찻길은 인간의 목적지가 종착지다.두 개의 긴 흐름을 따라 걷다 보니 길이 물과 같고, 물이 길과 같다. 두 흐름을 따라 ..

living note 2025.01.05

독야청청의 고집

첫눈이 내리는 걸 보면 절로 하얀 미소가 피어나면서 늘 그것은 서설이라고 생각했다. 기후가 비 뀌고 있다는 징후가 뚜렷한 요즘은 서설이라고 반겼던 첫눈도 한갓 추억일 뿐인가?2024년 첫눈은 서설이 아니라 흉설이 되고 말았다. 집 앞이 마치 한라산눈 같이 쌓였던 첫눈이 아직도 음지에 시커멓게 쌓여있는 산길을 오랜만에 올랐더니 입새부터 소나무들이 허리가 다 꺾어지고 생살이 찢어져 하얗게 드러나 있다. 더러는 길을 막기도 해서 겨우 동강동강 잘랐을 뿐 아직 찢어지고 꺾어진 잔해는 다 치우지도 못하고 널브려져 있었다.강풍이 불어도 흔들리며 피할 수 있는데 짓눌리는 무게는 감당이 안되었던 것 같다. 짓누른다는 것은 숨이 막히는 일이다. 사람이 잠든 사이 숲에서는 얼마나 고통의 아우성이 들렸을까. 여기저기서 괴성..

등산 2025.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