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홍룡사, 홍룡폭포(양산 천성산)

반야화 2025. 5. 19. 22:09

어느 날 산행을 하고 집으로 가기 위해 버스를 기다리는데 정류소에 설치된 버스 안내판 옆에 엄청난 홍보영상이 붙어 있었다. 압도적인 기운이 느껴지는 사진을 살펴보니 양산 8경 중의 한 곳인 양산 홍룡사의 관음전과 홍룡폭포 영상으로 지역홍보를 하는 사진이었다. 그 풍경을 보는 순간부터 꼭 가보고 싶었다. 수도권에서 일부러 폭포를 보기 위해 올라오는 건 쉬운 일이 아닌데 마침 부산에 체류하는 시간이 충분해서 꼭 가보리라 마음먹고 정보를 살펴보니 대중교통으로 혼자 가기엔 만만치 않아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마침 전날에 이틀간 많은 비가 내려서 지금이 적기라고 생각하고 집을 나섰다.

맵에서 알려주는 교통편이 다 옳은 건 아니다는 걸 오늘 실감했다. 양산까지 지하철로 가서 버스를 두 번 환승하는 걸로 알려주는 대로 갔는데 첫 번째 환승지에서 마을버스로 갈아타고 한 시간 산길을 걸으라고 한다. 걷는 건 늘 하는 일이라고 우습게 생각하고 나섰는데 문제는 두 번째 마을버스가 갑자기 끊겨버린 것이다. 그 버스는 출퇴근에만 이용하는 거였다. 그리 멀지도 않은 곳이고 택시로 다음 정류장까지 가기엔 또 너무 가깝고, 절까지 택시로 가기엔 너무 비싼 4만 원이 넘게 나온다. 그때 마을주민한테 길을 물었더니 반대편에서 다시 버스를 타고 3개 정류소를 거슬러 가서 대성마을 정류소에서 걸으면 된다고 한다. 순간 구세주를 만난 것 같았다. 그건 힘들지 않은 거였다 건너편에서 잠시 후 버스가 왔고 대성마을에서 왼쪽 차도로 직진하는 길이었다. 역시 현지인이 가장 정확한 정보를 알고 있다.

길을 알고 나니 여유가 생겨서 즐겁게 걸었다. 열 시 반 대성마을 정류소에서 하차해서 도로 건너 왼쪽 2차선 도로로 직진으로 홍룡사까지 걷는 차도에는 표지판 안내가 잘 되어 있어서 걱정 없이 걸었다. 한 시간 동안에 걷는 사람은 나 혼자뿐이었다. 조금 더 올라가니 벚나무조성길이 그늘이 되어서 시원하고 찔레꽃, 떼죽꽃향기가 너무 상큼해서 청량제가 되어주었으며 절 아래까지 가면 편백나무 숲도 좋았다. 절 아래는 주차장도 있고 평일에는 차도 별로 없었다.

혼자 천천히 올라가다 보니 높아 보이던 천성산은 낮아지고 내 위치는 높아져 있었다. 광고는 확실히 효과가 있다. 이 깊고 높은 산에 내가 도보로 찾아들다니, 도착해서 삼배를 올리고 나니 깊은 산사의 처마 끝 풍경소리, 계곡 물소리, 바람소리, 은은히 흘러나오는 찬불가 소리가 음악 한 곡의 가사가 된 듯 서로 다른 음색이 조화롭고 울림은 곡조가 되어 훌륭한 음악이 탄생하는 순간 같았다.  여러 소리에도 마음속은 오히려 고요해졌다. 그 고요의 뜻은 나만 느끼는 거다.

지하철 차창으로 보이는 양산역 가는 길의 낙동강풍경

홍룡사로 올라가는 굽이굽이 벚나무길도 힘들지만 무척 좋았다.

대석저수지


절 아래 편백나무 숲길

때죽꽃과 보라색 오동나무 꽃


가홍정 누각

대웅전과 무설전, 옛 전각들은 모습을 잃고 새로 증축이 되었지만 역사는 신라시대다. 신라 30대 문무왕 13년(673)에 원효스님께서 낙수사라는 이름으로 창건되었다고 한다. 홍룡사는 원효대사와 의상대사의 관음보살 친견설화가 전해지고 있어 관음성지라고 한다.

무설전

홍룡폭포를 보기 위해 관음전으로 올라가는 통로의 문인 수정문이다.

관음전과 홍룡폭포로 올라가는 계단길

폭포에서 흘러내리는 계곡

이 것이 홍룡폭포인가  사진에서 보던 거와 다르네 했더니 숲에 가려져서 보이지 않았다. 조금 더 올라가면 깜짝 놀란다. 가려진 곳도 없이 가까이서 볼 수 있는 폭포다.

폭포 옆에 있는 약사대불



찻집에 쉬면서 물어보니 늘 이렇게 물이 많은 건 아니라고 한다. 비가 왔을 때가 이 정도로 좋다고 하는데 내가 보고 싶다는 생각과 비가 맞아떨어져서 참 감사한 생각으로 잘 봤다. 관음전 바로 옆이어서 앞에서면 물보라가 날아서 옷이 젖는다.손으로 만져볼 수도 있는 엄청난 폭포의 위력이 압도적이었다. 이 장관을 독락하고 여운을 간작한 채 돌아가면 자주 떠올리게 될 것 같다.



폭포와 관음전



홍룡사로 가는 도중에 폭포에서 흘러내려온 계곡물이 대석저수지를 만드는데 저수지 아래 있는 찻집인 물안뜰, 이름도 물과 딱 어울리는 이쁜 찻집에서 차 한잔 마시고 다시 길을 간다.

원목의 찻집 내부도 멋있고 찻집의 인테리어만 봐도 주인장의 취미와 성품을 알 수 있을 정도로 아기자기 이쁘게 꾸며져 있다.


저녁마다 산책을 즐기던 광안리 해변, 그동안 즐거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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