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만나는 봄이지만 해마다 새로워서 새봄인가 보다. 새봄을 기다리는 마음은 긴 터널을 지나는 듯 어둡고 지루했다. 긴긴 터널 끝 소실점의 작은 불빛 하나 같은 봄 내발길은 흙빛 캔버스를 고이 밟으며 살아있는 그림 속으로 들어간다. 봄이 그려놓은 꽃을 만지며 자세히 들여다보다 긴긴 추위를 어떻게 지냈느냐고 인사도 나눈다. 꽃들은 연약한 이파리를 살랑이며 그냥 잠들었노라 꽃눈 뜨고 화답한다. 내가 그린 그림, 복수초 난 그림 그리는 사람이 아니어서 다행이다. 공작도 흉내 내고 산수유도 그려보고 재미있다. 무채색 겨울을 물리치고 유채색을 담고 싶었다. 생동감을 싣고 싶었다. 나무에 생명이 넘치는 것을 담아내고 싶었다. 나도 봄이 되고 싶어 봄을 그린다. 꽃들도 흙 밖으로 나와 빛나는 세상을 보고 싶었을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