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로키트레킹6,빅비하이브 트레일

반야화 2019. 7. 18. 13:29

2019.7.12
코스: 레이크 루이스_미러 레이크_아그네스 레이크_빅 비하이브

호텔을 나서면 가장 먼저 밴프를 감싸고 있는 런들산과 설퍼산, 케이스 케이드 산이 보인다. 이 산들은 로키산맥에 속하지 않는 독자적인 산이라고 한다. 오늘의 일정은 가장 기대했던 코스인데 넘치게 채워주길 바라면서 출발한다. 세 개의 호수를 돌아 빅 비하이브 정상에서 다른 모습의 레이크 루이스를 본다. 캐나다를 동서로 갈라놓는 1번 고속도로는 7800킬로미터가 된다고 하는데 그 길 어디쯤에서 출발하는지 모른 채 달리다가 레이크 루이스 빌리지에서 4킬로 정도 떨어진 곳에 호수가 있다. 오늘도 우리는 1번 도로를 달려가는데 다시 보는 보우강을 끼고 레이크 루이스 음악을 들으면서 간다. 나는 로키에 가기 전에 수도 없이 이 음악을 반복해서 들었다. 유키 구라모토 일본 음악가가 레이크 루이스에 취해 만든 음악인데 피아노 곡을 얼마나 들었는지 첫음절만 들어도 안다. 현장에서 음악과 풍경을 매치시켜 보려고 노력했다. 음악 하나, 소설 하나가 여행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가서 보면 그 유명세를 실감하게 된다.

먼저 레이크 루이스에 도착했더니 유명세만큼의 인파들이 북적이고 아침 빛을 받은 호수는 이제까지 봐 온 호수와 별반 다르지 않게 아름답다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그 부족한 감동은 어디쯤에서 분명 깨어지리라는 걸 안다. 이미 알고 있는 요술 같은 이미지를 알고 산을 오른다. 호수 옆에는 백 년 넘은 사토 레이크 루이스 호텔이 있고 뒤편에는 빅토리아산과 산과 산 사이에 빅토리아 빙하가 있다. 저 빙하가 녹아서 아름다운 호수를 만든다. 어찌 보면 빙하의 눈물이 모여서 로키의 보석이 된 것이다. 호수를 감상하고 빅 비하이브 산으로 올라가는 길도 좋고 공기도 좋아서 힘들지 않게 오르면 빅 비하이브의 봉우리 하나가 큰 산인 것 같은데 그 뿌리를 호수에 담그고 있는 미러 호수가 있다. 그 큰 암봉이 호수 속으로 잠기는 반영이 아름다운 초록빛 물색이 너무 좋다. 출발 전에는 이 코스에 호수가 세 개나 있다는 건 몰랐다. 미러 호수를 동그랗게 돌듯이 올라가면 또 하나의 호수가 나온다. 아그네스 호수다.

세 개의 호수를 지나 원점 회귀하지 않고 비하이브 산을 넘어서 가는 코스인데 정상에서 놀라운 광경을 목격하고 말을 잊고 넋을 놓는다. 호수가 세 개가 아니라 완전 다른 모습으로 변신한 레이크 루이스를 보면 네 개의 호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페이토 호수를 봤을 때도 그랬지만 물이라고는 보이지 않고 파스텔로 그려놓은 그림 같다. 정상에서 점심을 먹고 난 혼자서 잠시 더 아래쪽으로 내려갔다. 더 많이 더 좋은 모습을 보기 위해서다.

산 정상에서 보는 레이크 루이스는 너무 멀어서 호수 위에 무엇인가 그림에 스크래치가 난 것 같이 보였던 것이 하산해서 보니 그것이 보트를 타고 물 위에 떠다니는 사람들이었다. 그만큼 먼 거리에서 바라보는 그림을 감상하면서 한 없이 정념에 사로잡히게 되었고 아름다움으로 채색된 나의 정념은 내 인생의 어떤 여백을 다 메워주는 듯했다. 무위자연의 위대함과 그것을 볼 수 있다는 현실감이 어우러져 더없이 행복감을 끌어안고 저 이쁜 호수 속으로 침잠해 가는 고요함으로 삼매에 들고 싶은 감동을 받았다.

호수 세 개, 아니 네 개를 보고 하산하는데 야생화가 이쁘게 피어 있는 좁다란 오솔길을 걷는다. 하산길은 산을 넘어서 아침에 봤던 길쭉한 호수의 맞은편 끝부분의 둘레길로 내려오게 되었다. 상상도 못 했던 일이다. 호숫가에 길이 있는 것도 몰랐는데 완전 반전의 아름다움이어서 호수 하나에 세 번이나 감동을 받는 순간이다. 둘레길을 걷다가 마치 바다의 썰물 때와 같이 하얀 모래바닥이 드로 나서 우리는 맨발로 걷기도 하고 자연의 위대함에 무릎을 꿇기도 했다. 오늘의 감동은 그 잔상이 오래도록 남을 것 같다. 오래 기억하고 싶다.

밴프 시내에 있는 케이 스케이드산

케이스 케이드를 마주 보며 밴프의 진산이라고 볼 수 있는 런드산

 

 

레이크 루이스

 

 

 

 

 

 

레이크 루이스에 있는 백 년 넘은 사토 레이크 루이스 호텔

빅토리아산과 레이크 루이스,
영국령이던 캐나다에는 아직도 그 흔적이 남아 있다.
산은 어머니 이름을 붙여서 빅토 라이산이 되었고 호수는 여왕의 딸 이름인 루이스를 붙여서
아직도 그렇게 불리고 있다. 물론 처음에는 에메랄드 호수라고 했지만 당시 권력이라면
호수 이름뿐 아니라 얼마든지 그들의 이름을 갖다 붙일 수 있었을 테니까.
이쁜 딸에게 호수를 선물한 것이겠지.

호수 뒤에 멀리 보이는 빅토리아 빙하,
저 빙하수가 호수를 만들었다.

 

 

 

 

 

비하이브 트레일 초입

꽃과 잎 열매까지 산딸나무가 맞는데, 나무라고는 부를 수 없는 풀이다.

로키에 사는 곰들이 겨울잠이 깨면 제일 먼저 먹는다는 버펄로 베리라고 하는데
차라리 베어베리가 맞을 것 같은 이름이다.

 

 

연리근, 두 나무의 뿌리가 하나로 되어 있다.

빅 비하이브 정상에서 보이는 레이크 루이스,
아래서 볼 때와는 너무 다르다. 시간과 장소에 따라 물색이 변하는 특징으로 유명한 호수다.

 

빅 비하이브 봉우리 아래 있는 미러 레이크

 

 

 

 

 

 

 

 

 

 

 

 

 

아그네스 호수

 

 

 

 

 

 

아그네스 호수

 

산 정상에서 보는 레이크 루이스,
어떻게 이렇게 변할 수가.....

 

 

 

 

 

 

 

 

지치고 물망초류가 꽃밭을 이루고 있는 하산길

 

 

말을 타고 호숫가를 도는 사람들

 

 

 

어쩌면 제주도 일출봉과 저렇게도 닮았는지.......

 

 

 

 

저 그림에 있는 게 나였으면.....

 

 

 

위대한 자연 앞에 무릎을 꿇어도 좋으리.

 

 

 

밴프에는 시가지와 붙어 있는 3개의 산이 있었다.
설퍼산, 케이스 케이드, 런드산, 보통 이렇게 도시를 수호하는 듯한 산을 진산이라고 한다.
왼쪽은 설퍼산 오른쪽은 런드산 위치에 따라붙어 보인다.

밴프 어퍼 핫 스프링 온천, 트레킹이 끝나고 노천탕인 유황온천에서
피로를 풀어주었다.

인스 오브 밴프 호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