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7.11
코스: 요 호국림 공원-에메랄드 트레일-타카카우 폭포 요호 패스-에메랄드 레이크
재스퍼에서 1번 고속도로를 타고 3시간을 달려서 밴프에 도착했다. 오늘도 비는 날리고 비는 트레킹의 소품처럼 잠깐잠깐씩 흩날리다가 금방 파란 하늘을 보여주는 요술쟁이 날씨 같다. 제스퍼에서 밴프가 가까워질수록 지형이 낮아진다. 도로가 내리막으로 달리는 느낌이 든다. 두 시간 정도 달리면 밴프 가까운 거리에 눈물의 벽이 나오고 눈물의 벽을 지나면 캐슬산이 나온다. 로키산맥의 전체가 캐슬 같은데 굳이 케슬산이라고 한 것은 뾰족한 꼭대기가 아니라 윗부분을 같은 높이로 깎아놓은 성벽 같이 보인다.
밴프에서 왼쪽으로 붙어 있는 요호 국립공원이다. 이제까지는 알버터 주에서 트레킹을 했지만 요호는 브리티시 컬럼비아주에 속한다. 매일 5~6시에 일어나 준비를 하고 나간다. 그러다 보니 아침에는 약간 온몸이 뻐근하고 찌뿌둥하지만 차에 오르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말끔한 심신으로 돌아온다. 이 얼마나 감사함인지, 평소에 관리를 좀 했다고 생각되는 내 몸이 이제야 그 진가를 드러내는가 보다. 마음은 내가 나를 다 지배하지 못하지만 몸은 내가 원하는 곳으로 언제나 따라와 주는데 혹사를 시켜도 불평이 없는 내 몸에 대접을 잘해야 되지만 마음이라는 놈이 까탈을 부려서 고기 대접 한 번 하지 못하는 나쁜 마음이다.
에메랄드 레이크를 보는 날인데 마음 같아선 오후에 보면 좋을 것 같지만 일정을 조정할 권리가 없으니 따르는 수밖에, 잔잔한 수면을 보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막상 도착해서 보니 생각했던 만큼 에메릴드 빛은 아니었다. 다리 건너 호수 위쪽으로 조금 산책을 하다가 다시 출발지점에 왔는데 나무가 넘어져서 길을 막았다. 이곳의 나무들은 빛이 부족하니 빛을 더 많이 보기 위해서 키만 키워서 바늘 같은 침엽수 잎들은 촉수를 곤두세우고 빛을 쫓아 하늘에 가까이 가려는 생육 현상이다. 관리자들이 나무를 몇 동강 내고 길을 틔워 주어서 감사하게 호수를 한참이나 끼고 돌아가는 길이다. 좁다란 산책길의 아침이 너무 상큼하다. 매일매일 먼지 없는 말끔한 시야가 그것만으로도 행복을 느끼는 행보다. 길가에는 이쁜 야생화가 너무 이쁜데 꽃 사진은 함부로 꾹꾹 눌러 찍을 수 없어 대열에서 이탈해 찍어보면 선명하게 되지를 않는다. 그렇다고 눈치 없이 꽃만 들여다볼 수도 없어 흔들린 채로 담아가니 마음은 불편하고 대열은 빠르게 달아나고 늘 그것이 불만이지만 단체라는 것은 언제나 함께 움직여야 하니 어쩔 수 없었다.
호수를 벗어나자 넓은 자갈밭이 다 물길인 것 같았다. 눈이 녹기 시작하면 하천이 되는 곳인데 군데군데 나무토막으로 내추럴 브리지를 놓고 건널 수 있도록 되어 있지만 산 가까이 가니 그것만으로는 불가능해서 결국 신발을 벗고 건너는데 너무 놀랐다. 빙하가 녹은 물이어서 발이 시리다 못해 가슴까지 아려왔다. 시간이 조금만 더 지나도 심장이 기능을 멈출 것 같았다. 이 또한 처음 경험하는 놀이다. 다행히 마른 길이 나오고 비에 젖은 촉촉한 길을 가는데 길가에 야생 매발톱이 얼마나 많은지 고개를 숙이고 노랗게 피어 있는 모습이 너무 이뻐서 자꾸만 사진을 찍었다. 버리는 게 더 많을 만큼,
타카카우 폭포 아래를 지난다. 높은 산봉우리 꼭대기에서 흘러내리는 폭포의 힘찬 물줄기가 우리에게 포말을 던지듯이 우렁차게 흘러내리는 길을 지나 요호 패스까지 올랐더니 생각지도 않고 예고도 없었던 높은 곳에 요호 레이크가 있었다. 오히려 에메랄드 레이크보다 더 예뻤다. 요호 레이크에서 비를 맞으며 김밥을 먹고 쉬고 있는데 다른 팀으로 온 산악인 허영호 씨가 올라왔다. 인사라도 하고 싶었지만 실레가 될까 봐 망설이고 있는데 우리 마음을 안다는 듯이 우리에게 다가와 인사를 나누고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점심을 먹고 요호 패스를 넘어가는데 이번에는 매발톱 군락이 아니라 처음으로 보는 노란 얼레지 군락이 나타났다. 분홍색은 더러 봤지만 노란 건 처음이다. 얼마나 이쁘고 반갑던지 실패할 확률이 높은 꽃 사진이라 보이는 데로 찍었다. 요호 패스를 넘으니 타카카우 폭포가 다시 보이기 시작한다. 결국에는 둘레길을 돌아 다시 폭포 쪽으로 하산하는 과정이었는데 모르고 시작했다. 폭포 밑에서 하루의 일정이 끝나고 질척이는 길에서 옷과 신발이 진흙투성이가 되었는데 폭포가 흘러드는 강물에 깨끗이 씻고 차에 올랐다.
다시 밴프로 돌아가서 저녁을 먹는데 회전식 중국요리가 입에 맞아서 잘 먹고 숙소인 인스 오브 밴프에서 피로를 풀었다.
요기서 이틀 연박한다.
에메랄드 레이크, 시간마다 다른 색상을 보여주는 이곳의 호수들은 빛이 좋을 때 가장 좋은 색을
드러내는데 우리는 아침시간에 보니 물색이 곱지 않다.
레이크에 있는 숲 속의 펜션들
매발톱, 이건 화초로 키우는 것이고 산에 야생으로 피는 매발톱은 꽃이 작고
노란 색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데 오늘 많이 보게 될 것 같다.
루피너스
오른쪽으로 호수를 반달만큼 끼고 돌아간다.
노루발 꽃
이름 모를 야생화가 지천이다.
빙하가 녹으면 물이 차기 때문에 군데군데 다리를 놓아두었다.
노랑 복주머니 난
야생 매발톱
나리가 아니라 노란 얼레지, 처음 봤다.
요호 레이크
허영호 산악인, 요호 레이크에서 점심시간에 잠시 인사를 나누어서
좋았다. 실레가 될까 봐 다가가지 못했는데 그분이 우리에게 왔다.
얼레지 군락
타카카우 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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